LG전자에게 드리운 '소니 그림자'  
▲ LG전자는 괜찮은가? 소니의 추락으로 LG전자의 미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소니의 추락을 보면서 LG전자에게 묻는다. LG전자는 과연 괜찮냐고. 그만큼 LG전자와 소니는 닮음꼴이고, LG전자의 위기도 깊다.

소니는 지난 7일 대대적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지난해 1조 원의 적자를 낸 까닭이다. PC사업인 ‘바이오(VAIO)’ 부문은 매각한다. ‘브라비아’로 대표되는 TV사업도 오는 7월 자회사를 설립해 분사한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내년 3월까지 5천 명의 직원을 감축한다. 그러면서 소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위기를 인정한다. 구 회장은 올해 초 신년인사 자리에서 “앞서가던 기업들도 일순간의 방심으로 기회를 놓쳐 무너졌다”며 지금의 LG는 ‘위기’라고 했다. LG전자를 이끄는 구본준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올해는 위기를 뛰어넘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위기극복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불투명한 ‘포스트 스마트폰 전략’

LG전자와 소니의 위기는 실기에서 비롯됐다. 두 회사 모두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뒤늦게 뛰어들었다. 물론 실기의 원인은 다르다. 소니는 오만했다. 소니는 기술을 버리고 금융과 엔터테인먼트 등 사업다각화에 매달렸다. LG전자는 주저했다. 피처폰의 기세에 안주했다.

소니는 2012년 히라이 가즈오 회장이 “향후 스마트폰에 집중할 것”이라며 뒤늦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을 갈아치우고 구본준 부회장이 2010년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러나 때를 놓쳤다. 시장에선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체제가 굳건했다.

지난해 소니는 모바일 부문에서 1조2,576억 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적자였다. 지난해 3분기에는 126억 엔 적자였다. 그나마 213억 엔 적자를 기록한 2분기보다 조금 개선된 정도였다.

LG전자에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지난해 약 12조9,7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3분기와 4분기는 적자였다. 3분기 797억 원 적자였고, 4분기에도 434억 원 적자였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LG전자에게 드리운 '소니 그림자'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더욱 심각한 점은 두 회사 모두 앞으로도 계속 ‘모바일에 집중하겠다’고 할 뿐 ‘스마트폰 그 이후’의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늪이 되어 오히려 LG전자와 소니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 너무나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도 이미 포화상태인데 스마트폰에 집중하겠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의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LG전자를 먹여 살릴 새로운 성장분야를 찾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4’를 방문해 자동차 전시장을 돌며 LG전자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를 주목하기도 했다. VC사업본부는 지난해 7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새로 발족됐다. 구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스마트 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이에 맞춰 부품 분야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주력산업의 정체도 매우 큰 리스크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매달리다 기존 주력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도 뼈아프다. 캐시카우가 휘청거리면 신사업에 투자할 자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없다.

TV부문의 정체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하는 점은 LG전자의 과제다.

소니가 TV에서 몰락한 것은 기술경시의 책임이 컸다. 소니는 2008년 비용절감을 이유로 TV기술 연구를 담당하던 연구소를 없앴다. 소니의 치명적 실수였다. 결국 소니는 기술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추월당했다. 9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세계시장에서 7%의 점유율만 유지하고 있다. 소니는 TV사업 분사 이후 UHD TV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세계 TV시장에서 제자리걸음이다. LG전자의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15%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가전의 LG’는 옛말이 되고 있다.

LG전자의 TV(HE) 사업본부는 지난해 겨우 1.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4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LG전자도 프리미엄전략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본준 부회장이 스마트폰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TV 쪽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PC부문은 심각하다. LG전자는 소니보다 앞서 PC사업 축소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세계 PC시장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사업 규모를 줄이기로 하고 이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니처럼 완전히 발을 빼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메모리와 같은 PC부품이 LG전자에서 여전히 상당한 수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제품의 고급화와 태블릿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LG전자의 이런 PC 전략은 소니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소니의 PC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일반 소비자들이 태블릿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데도 여전히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HP와 DELL 등은 기업용 PC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지 오래다.

◆ ‘인화경영’의 한계도 고려해야

LG그룹은 ‘인화경영’의 대명사다. 구본무 회장은 “어려울 때 사람을 내보내선 안 된다”는 인화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인화경영은 분명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위기’에서는 빛을 내기 어렵다. 오히려 ‘온정주의’ 문화만 남을 수도 있다.

소니도 ‘종신고용’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LG그룹도 기업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직원들 뿐 아니라 CEO도 인화경영에 매몰될 경우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

최근 구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강하게 업무 효율성을 요구하고 있다. 근무 분위기를 바꾸어 LG전자의 위기를 돌파해 보자는 것이다. 이른바 ‘독한 경영’이다. 구 부회장이 금요일 오후에 업무를 지시하면서 월요일까지 준비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직원들은 전한다. 단기적 실적 개선보다는 조직의 체질개선에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