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이 이학수 전 부회장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일까?
검찰이 ‘박근혜 게이트’수사에서 삼성 수뇌부를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과 청와대의 거래의혹이 밝혀지면 이재용 부회장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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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 |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수장으로 ‘2인자’로 불리는 최 부회장이 총대를 메게 되면 2008년 삼성특검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는 셈이다.
검찰이 23일 최 부회장의 사무실을 포함해 삼성 미래전략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삼성그룹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지원을 놓고 제3자 뇌물수수혐의 적용을 위한 마지막 퍼즐 맞추기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공단도 함께 압수수색이 이뤄진 만큼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을 놓고 삼성그룹과 청와대의 뒷거래 여부가 집중 수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시절인 2012년 6월 미래전략실장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 와병 후에도 매일 하루에 2차례씩 병실을 찾아 그룹 현안을 보고할 정도로 핵심측근으로 꼽힌다.
최 부회장을 놓고 이재용 부회장의 ‘가정교사’ ‘멘토’ 등 수식어가 따라다니기도 했다. 최 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대업'을 맡게 된 만큼 역할과 위상은 더욱 커졌고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한동안 권력동거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최씨 모녀 등을 후원하는 대가로 삼성물산 합병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 삼성그룹 차원의 기획이 이뤄졌고 그 핵심에 최 부회장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 최씨 모녀에게 별도로 지원한 액수가 50억 원이 넘고 수백억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에서 최 부회장이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미래전략실은 전략, 인사지원, 경영진단, 기획, 법무 등의 팀을 두고 사실상 전 계열사를 진두지휘하는 조직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수사가 이재용 부회장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 부회장이 모든 책임을 떠안을지 재계는 주목한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3대 경영승계가 진행되는 동안 그룹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통하는 2인자의 면면도 바뀌었다.
소병해 전 비서실장이 1세대 2인자였다면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전략기획실과 구조조정본부 수장을 맡았던 이학수 전 부회장은 2세대를, 최지성 부회장은 3세대를 각각 대표한다.
이들은 오너가 위기를 맞는 비상시기에 방패막이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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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
8년 전 삼성특검 당시 이학수 전 부회장도 그랬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과 관련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 등으로 기소돼 2009년 8월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건희 회장도 2008년 1월 에버랜드, 삼성SDS 등 경영권 불법승계와 관련해 특검조사를 받았고 결국 배임과 조세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등 3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으나 불법 비자금 조성과 로비의혹 등의 혐의에서 벗어났다.
최 부회장은 ‘제2의 이학수’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그 위상은 이 전 부회장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최 부회장 스스로 조심하는 측면도 있고 삼성그룹의 덩치가 글로벌 수준으로 커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삼성그룹 2인자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최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막중한 역할을 떠맡아 온 만큼 이번 검찰수사에서도 이학수 전 부회장과 같은 방패막이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특히 이번 사안이 검찰 선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특검에서도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 명확한 만큼 삼성그룹으로서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