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온상승 사상 최초 1.5도 돌파, 기후변화에 식량난 가속화 우려 커져

▲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관측한 올해 기온을 나타낸 그래프. 회색 실선들은 과거 기온 기록, 올해 기온은 붉은색, 지난해 기록은 노란색으로 표기돼 있다. < C3S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기온이 세계 각국이 약속한 기후대응 목표치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글로벌 물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물 불균형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 늘어 세계 식량 사정도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9일(현지시각) 유럽 기후관측기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이번 관측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지상 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62도 높아 지난해에 이어 기상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더웠던 11월로 기록됐다.

C3S는 이를 미루어볼 때 올해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1.5도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세계 각국이 지키기로 합의한 기후목표다.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 합의됐기 때문에 파리협정 목표라고 불린다.

현재와 같은 기후정책으로는 지키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아 올해 11월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는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폐기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올해가 1.5도를 넘는다고 해서 곧바로 파리협정 목표가 깨진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온상승이 1.5도가 넘었다는 것이 인정되려면 여러 해에 걸쳐 올해와 같은 결과가 관측돼야 한다.

줄리엔 니콜라스 C3S 연구원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높은 글로벌 기온이 발생하고 있고 이 같은 고온 현상은 앞으로도 몇 달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니콜라스 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이 관측되는 것으로 볼 때 기온상승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온상승과 함께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글로벌 물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 서유럽 등 전통적으로 강우가 많은 곳에는 더 많은 비가 내리게 된 반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호주 등 비가 잘 내리지 않는 곳들은 더 건조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석은 같은 날 발표된 ‘유엔 과학정책 인터페이스(UN SPI)’ 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한다. SPI는 2013년에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기관으로 과학에 기반해 정책을 연구하는 기구다.
 
올해 기온상승 사상 최초 1.5도 돌파, 기후변화에 식량난 가속화 우려 커져

▲ 아프리카 북부 사하라 사막 모습. <위키미디아 커먼스>

SPI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남극을 제외한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40.6%가 ‘건조지대’로 분류됐다. 건조 증가 추이 관측을 시작하고 지난 30년 동안 증가한 면적만 놓고 보면 약 430만 평방 킬로미터에 달하는데 이는 남아시아 전체 면적보다 크다.

SPI가 말하는 건조지대란 내린 비의 90% 이상이 증발로 사라지는 지역으로 식물이 제대로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가지고 있다. 건조지대 증가 속도는 지난 10년 동안 가속화돼 지구면적의 약 7.6%가 새로이 건조지대가 됐다.

건조지대가 집중적으로 증가한 지역은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일대 등이다. 건조지대 증가가 가속화된 가장 큰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됐다.

건조지대가 가장 크게 증가한 아프리카 대륙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2%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기후변화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향후 10년 동안 아프리카는 전체 GDP의 약 16%, 아시아는 약 7%에 달하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브라힘 티아우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사무총장은 "일시적으로 강수량이 줄어드는 가뭄과 달리 건조지대는 영구적인 변화"라며 "현재 전 세계에 걸쳐 막대한 영역이 건조한 기후로 변했고 더는 예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식량 사정도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SPI는 건조지대 증가가 현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2020년과 비교해 2040년 연간 옥수수 생산량은 2천만 톤, 밀 생산량은 2100만 톤, 쌀 생산량은 1900만 톤 각각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2023년 기준 한국 쌀 생산량이 약 370만 톤이다. 쌀만 놓고 봐도 한국 전체 생산량의 5배가 넘는 양이 줄어드는 셈이다.

바론 오르 UNCCD 대표 과학자는 "유엔 산하 과학 단체는 이번에 처음으로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피해가 전 세계 대부분에 영구적 건조화라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기후변화가 잠재적으로 물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치명적 영향을 일으켜 재앙적 전환점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경고"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