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업황 개선에도 회사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겉돌 가능성을 열어놓고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임이 견고하게 지탱돼 영업실적이 양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 보다는 침착한 자세로 장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9일 해운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당초 예상보다 견고하게 유지되는 컨테이너 운임 영향으로 HMM을 비롯한 컨테이너 선사들의 실적도 어느 정도 지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일 2256.46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22.63포인트 오르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유럽·지중해 항로의 운임 급등이 운임지수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선사들이 12월 초 운임을 인상한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선사들이 장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공급을 축소했고 미국 내 소비가 양호하며 관세 변수에 대비한 수요도 증가하며 수급이 예상보다 양호하다”고 파악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항로의 운임상승으로 4분기 컨테이너 운임이 기존 예상을 웃돌고 있다”며 “HMM은 3분기 영업이익 1조4600억 원을 기록하며 추정치를 크게 상회했는데 4분기에도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HMM은 신중한 태도로 업황을 주시하고 있다.
회사의 매각 작업은 표류하고 있는 데다 내년에는 글로벌 선복량 공급 과잉에 따른 시황 악화와 글로벌 해운 협력체계 개편의 영향 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HMM은 올해 초 하림그룹으로 주인을 바꿀 준비를 하다 협상이 결렬된 뒤 아직 이렇다할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HMM 주식 시가총액이 15조 원 안팎인 만큼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이라 해도 섣불리 인수를 시도하기 어려운 몸집이다.
더구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닌 HMM 지분율이 합산 70%를 넘는 수준이라 인수 부담이 더욱 크다.
HMM의 주채권자였던 두 기관은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현재 지분율을 67.05%까지 늘렸는데 아직 남아 있는 전환사채마저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지분율이 72.69%까지 확대된다.
이 물량을 모두 인수한다고 했을 때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10조 원 넘는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지분 일부만 인수한 뒤 순차적으로 지분율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수조 원 단위의 자금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때문에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김경배 사장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담은 HMM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 방식은 HMM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 각각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에 투입했던 금액 일부를 회수할 수 있고 소액주주들도 주주가치 개선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가장 지분율이 높은 두 기관의 주식을 매입하면 잠재적 원매자가 HMM 인수 부담도 경감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런 계획이 현실화하더라도 HMM을 인수할 주체가 바로 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수조 원대 자금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곳도 드문 데다 그 가운데 해운업 전문성을 지녔거나 해운업과 시너지가 확실한 곳은 더욱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경배 사장으로서도 주인 없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경영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내년에도 해운업황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선복 공급 과잉에 따른 시황 악화 압력이 커진 데다 새로운 해운 협력체계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HMM은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ONE, 대만 양밍해운 등과 함께 ‘디얼라이언스’란 이름의 해운협력체계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디얼라이언스 선사 중 최대 선복량을 자랑하는 하팍로이드가 이탈하기로 하며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HMM은 기존 ONE, 양밍해운과 새로 ‘프리미어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프리미어얼라이언스는 하팍로이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세계 최대 선사인 스위스 MSC와 유럽 항로 등에서 협력하기로 한 상태다.
새로 출범하는 프리미어얼라이언스가 MSC와 협력하며 유럽항로 쪽에서 더욱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MSC가 하팍로이드의 공백을 메우기는 충분치 못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MSC의 사업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맞지만 프리미어얼라이언스와는 선복교환 정도의 협력만 하게 되는 만큼 협력의 수준이 느슨하다는 것이다.
미국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게 된다는 점도 HMM으로서는 작지 않은 도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관세를 붙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런 관세부과 정책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물류 위축과 함께 컨테이너 물동량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여러 도전을 맞고 있는 만큼 김경배 사장도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김 사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MM 관계자는 “선사들이 기본적으로 시황 자체를 완전히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며 다가오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사장도 9월 서울 여의도 파크원빌딩 HMM 본사에서 열린 ‘얼라이언스, 중장기전략 설명회’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단지 선박 회사가 아닌 지속 가능성 있는 종합 물류회사로 나갈 수 있도록 2030년까지는 토대를 잡는 기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
운임이 견고하게 지탱돼 영업실적이 양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 보다는 침착한 자세로 장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 해운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당초 예상보다 견고하게 유지되는 컨테이너 운임 영향으로 HMM을 비롯한 컨테이너 선사들의 실적도 어느 정도 지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일 2256.46포인트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22.63포인트 오르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유럽·지중해 항로의 운임 급등이 운임지수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선사들이 12월 초 운임을 인상한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선사들이 장기 계약 체결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공급을 축소했고 미국 내 소비가 양호하며 관세 변수에 대비한 수요도 증가하며 수급이 예상보다 양호하다”고 파악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항로의 운임상승으로 4분기 컨테이너 운임이 기존 예상을 웃돌고 있다”며 “HMM은 3분기 영업이익 1조4600억 원을 기록하며 추정치를 크게 상회했는데 4분기에도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HMM은 신중한 태도로 업황을 주시하고 있다.
회사의 매각 작업은 표류하고 있는 데다 내년에는 글로벌 선복량 공급 과잉에 따른 시황 악화와 글로벌 해운 협력체계 개편의 영향 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HMM은 올해 초 하림그룹으로 주인을 바꿀 준비를 하다 협상이 결렬된 뒤 아직 이렇다할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 HMM 주식 시가총액이 15조 원 안팎인 만큼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이라 해도 섣불리 인수를 시도하기 어려운 몸집이다.
더구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닌 HMM 지분율이 합산 70%를 넘는 수준이라 인수 부담이 더욱 크다.
HMM의 주채권자였던 두 기관은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며 현재 지분율을 67.05%까지 늘렸는데 아직 남아 있는 전환사채마저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지분율이 72.69%까지 확대된다.
이 물량을 모두 인수한다고 했을 때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10조 원 넘는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지분 일부만 인수한 뒤 순차적으로 지분율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수조 원 단위의 자금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때문에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김경배 사장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담은 HMM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 방식은 HMM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 각각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에 투입했던 금액 일부를 회수할 수 있고 소액주주들도 주주가치 개선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가장 지분율이 높은 두 기관의 주식을 매입하면 잠재적 원매자가 HMM 인수 부담도 경감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런 계획이 현실화하더라도 HMM을 인수할 주체가 바로 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수조 원대 자금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곳도 드문 데다 그 가운데 해운업 전문성을 지녔거나 해운업과 시너지가 확실한 곳은 더욱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경배 사장으로서도 주인 없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경영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내년에도 해운업황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선복 공급 과잉에 따른 시황 악화 압력이 커진 데다 새로운 해운 협력체계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HMM은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ONE, 대만 양밍해운 등과 함께 ‘디얼라이언스’란 이름의 해운협력체계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디얼라이언스 선사 중 최대 선복량을 자랑하는 하팍로이드가 이탈하기로 하며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HMM은 기존 ONE, 양밍해운과 새로 ‘프리미어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프리미어얼라이언스는 하팍로이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세계 최대 선사인 스위스 MSC와 유럽 항로 등에서 협력하기로 한 상태다.
새로 출범하는 프리미어얼라이언스가 MSC와 협력하며 유럽항로 쪽에서 더욱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MSC가 하팍로이드의 공백을 메우기는 충분치 못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MSC의 사업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맞지만 프리미어얼라이언스와는 선복교환 정도의 협력만 하게 되는 만큼 협력의 수준이 느슨하다는 것이다.
미국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게 된다는 점도 HMM으로서는 작지 않은 도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관세를 붙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런 관세부과 정책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물류 위축과 함께 컨테이너 물동량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 11월21일 부산 영도 HJ중공업에서 개최된 'HMM 오션호'(HMM Ocean)와 'HMM 스카이호'(HMM Sky) 명명식 행사장에서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왼쪽 다섯번째), (왼쪽 여덟번째) , 안젤리키 프란고우 나비오스마리타임 회장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오른쪽 세 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HMM >
HMM 관계자는 “선사들이 기본적으로 시황 자체를 완전히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며 다가오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사장도 9월 서울 여의도 파크원빌딩 HMM 본사에서 열린 ‘얼라이언스, 중장기전략 설명회’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단지 선박 회사가 아닌 지속 가능성 있는 종합 물류회사로 나갈 수 있도록 2030년까지는 토대를 잡는 기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