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과 노준형 경영혁신실장 사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아들이자 롯데그룹 후계자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초고속 승진하면서 그룹 전면에 나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롯데지주를 이끄는 핵심 인물인 이들이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도 자연스럽게 무거워지는 시기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신유열 미래성장실장의 경영수업을 재촉하면서 롯데지주 수뇌부들의 고민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 실장은 한국 롯데그룹에 모습을 보인지 4년도 되지 않았지만 어느덧 부사장까지 올랐다. 상무보로 승진한 지 8개월 만에 상무가 됐고 이후 1년 만에 전무를 단 데 이어 다시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너일가의 초고속 승진은 한국 재계에서는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처럼 재계 10위 안에 포진한 그룹에서 신 실장과 비슷한 속도로 승진한 사람이 드문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임원부터 부사장까지 오르는 데 평균 7년 이상이 걸렸다.

신 회장이 어느덧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면서 승계수업을 가속화해야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시선이 나온다.

신 실장은 1986년생으로 곧 마흔에 접어든다. 국내에서 30~40대 총수가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 실장이 롯데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롯데그룹 3세 시대의 서막이 오르는 셈인데 이를 지원하는 조직으로서 롯데지주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의 역할이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실시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동빈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키맨’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 탓이 크다. 하지만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롯데지주라고 해서 책임이 가벼운 것도 결코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 부회장의 2선 후퇴가 점쳐진 배경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20년 8월 롯데지주 수장에 오른 뒤 곧이어 부회장까지 승진한 인물로 4년 넘게 롯데지주를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이 롯데지주를 이끄는 시기와 맞물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와 마주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가 이 사태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이 부회장이 롯데지주 정관상 보장받았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최근 인사에서도 신동빈 회장에게 재신임을 받았다. 과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시절 구설수에 올라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재신임된 이후에도 신 회장의 신뢰가 계속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사실상 신 회장이 롯데그룹 위기 극복의 특명을 이 부회장에게 전적으로 맡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이 부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이동우 부회장은 앞으로 롯데그룹의 위기관리를 총괄하며 그룹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노준형 경영혁신실장 사장의 책임감도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혁신실을 과거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정책본부의 후신과 같은 조직이다. 정책본부가 가졌던 역할을 여러 실로 분산한 터라 경영혁신실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신사업과 인수합병 등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남다른 조직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이훈기 전 사장이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을 맡을 때 바이오와 헬스케어와 같은 신사업을 추진한 뒤 롯데그룹 화학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했었다는 사실은 경영혁신실의 무게감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노 사장은 최근 인사에서 부사장 타이틀을 떼고 사장에 올랐는데 그만큼 롯데그룹의 방향성을 더 정교하게 수립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많다.

이들이 마주한 현안은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다.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느냐, 아니면 갈팡질팡하느냐에 롯데그룹 오너3세 시대의 시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동우 부회장과 노준형 사장의 역할은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당면한 과제는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다. 신격호 창업주의 꿈과도 같았던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 사례에서 보듯 롯데그룹의 위기가 단순 ‘지라시’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 부회장을 필두로 노 사장과 같은 핵심 인사들이 롯데그룹의 위기 극복에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 그리고 신사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얼마나 잘 발굴하고 육성하는 지에 따라 신유열 실장 시대의 개막 시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