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TV용 올레드(OLED) 등 대형 OLED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지 않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회사는 현재 TV용 대형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능력이 높은데, TV 등 대형 OLED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프리미엄 TV 가운데 OLED 성장률이 가장 높은 것은 긍적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 사장은 마지막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인 중국 광저우 공장을 현지 디스플레이 업체인 CSOT에 2조 원가량에 매각하고 조직 슬림화, 희망퇴직 등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등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6일 디스플레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TV용 대형 OLED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의 2분기 OLED 세계 시장 점유율은 49.9%로 1위에 올랐다. 중국(49%)에 근소한 차이로 앞선 기록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노트북·스마트폰·태블릿 등 중소형 OLED 공급량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TV용 대형 OLED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역성장한 뒤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OLED TV 출하량은 143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중국이 장악한 프리미엄 LCD TV인 미니 LED TV 출하량은 같은 기간 44%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생산하는 8.5세대 공장을 경기도 파주와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가동하고 있다. 두 공장은 각각 월 18만5천 개의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회사는 대형 OLED 생산능력이 높지만 최근 생산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생산능력을 나타내는 ‘원장 투입용량’은 2021년 월 17만5천 개, 2022년 월 16만 개, 2023년 월 10만4천 개로 줄고 있다.
대형 OLED 판매 부진은 회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의 TV용 대형 OLED 디스플레이 패널. < LG디스플레이 >
2021년 LG디스플레이는 총 770만 대의 대형 OLED 패널을 출하했다. 다만 2022년에 680만 대, 2023년엔 440만 대까지 출하량이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회사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2조1천억 원, 2조5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 사장은 중국 대형 LCD 공장을 중국에 매각하며 올해 3분기 적자폭을 3500억 원까지 줄였다. 올해 4분기엔 4천억 원 가량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전체론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 사장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 TV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기대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1500달러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올해 3분기까지 LCD TV 추랗량은 287만 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23% 감소했지만, OLED TV 출하량은 273만 대로 30% 성장했기 때문이다.
중소형 OLED 시장 확대가 되며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정 사장은 이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3분기 부채비율은 488.3%다. 2020년 160% 수준에서 4년만에 3배 수준이 됐다.
갚아야 하는 차입금 규모도 크다. LG디스플레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개월 내 도래하는 차입금은 2조2천억 원, 사채는 3193억 원 수준이다. 반기 이자 비용만 4564억 원에 달한다. 올해 9월말 순차입금은 13조1천억 원으로, 회사의 순차입금의존도는 39.5%에 이른다.
이에 따라 회사 중국 CSOT에 LCD 공장을 매각하며 받은 2조 원 가량은 투자금이 아닌 운영자금으로 투입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대형 OLED 생산라인을 포기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OLED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6년 65인치 대형 OLED 패널 생산 가격은 감가상각 등으로 490달러에서 299달러까지 약 39% 감소하며 점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가 8.6세대 OLED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