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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한 미르와 K스포츠 설립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나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재계 순위가 낮은 그룹들도 출연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의문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재단기금의 규모를 늘리면서 재계가 모두 참여한다는 모습도 보이면서도 돈을 낼 이유가 뚜렷한 대기업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에게 “미르와 K스포츠 기금출연 기업명단에 “KT와 금호, 신세계, 아모레 등을 반드시 포함할 것”을 지시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안 전 수석은 “현대중공업과 포스코에도 연락해 보고 추가할 만한 그룹이 더 있는지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재단 기금을 확대할 것을 추가로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은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이니 두 재단의 출연금 규모를 각각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늘려 모두 1천억 원으로 하라”며 “출연기업도 10대그룹에만 한정하지 말고 30대그룹으로 넓혀 다들 참여할 기회를 주도록 하자”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이런 지시를 받고 이승철 부회장에게 “대통령의 지시가 있으니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10대그룹으로 기금모집 대상기업을 한정할 경우 논란을 어느 정도 인식한 것 아닌가 하는 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기업이 늘어날 경우 ‘선의’로 한 일이라는 명분을 더 쌓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상기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KT 금호아시아나그룹 신세계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지목한 것은 이 기업들이 돈을 낼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금호산업 인수라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또 신세계그룹도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을 과제로 삼고 있었다.
KT의 경우 황창규 회장에게 차은택씨 측근 인사를 주요자리에 채용하도록 청탁하기도 해 재단출연도 쉽게 이뤄질 것으로 본 듯하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목된 것은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연세대 총동문회장이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연세대 상경·경영대 동창회장”이라며 “두 회장의 학연이 기금출연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