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11-14 15: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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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내년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수능을 보는 수험생 역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의료계의 지속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입시가 진행된 만큼 2025년 의대증원 백지화는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의대교육 파행뿐 아니라 의료공백 장기화와 의대수험생 적체 문제 등으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수능 응시생은 지난해보다 1만8082명 늘어난 52만2670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수능에서는 졸업생 응시자도 16만1784명으로 2004학년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보였다. 이 가운데 대학을 다니다가 다시 수능을 본 지원자도 9만3195명 규모로 추정됐는데 이 역시 2011년도 이후 최대치다.
2025년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수험생 사이에서 올해가 의대에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성적 상위권 응시생이 너도나도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의대입학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만큼 이에 따른 부작용을 감당해야 하는 교육계와 의료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부 계획대로 의대 입학이 진행될 경우 내년도 의대 교육이 파행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 의대증원에 따라 학부 과정을 운영하는 전국 39개 의과대학의 신입생 모집인원은 1년 전보다 1497명 증가한 4610명이 될 전망이다.
내년에 복귀하는 휴학생까지 고려한다면 현재 연간 3천 명을 감당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하에서 최대 7500명 가까운 의대 1학년을 교육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14일 뉴스1 팩트앤뷰에 출연해 "의대 수업의 정석은 8명 정도가 한 조를 짜서 환자 옆에서 직접 상처를 보면서 실습을 해야 제대로 된 의사가 될 수 있다"며 "(열악한 상황에서) 7500명이 6년간 이렇게 수업을 받으면 절반 정도가 의사 고시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2025년도 의대증원 강행에 따라 전공의 복귀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전공의들은 2025년도 의대증원 백지화가 없다면 의정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24년 2월 전국 상급병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 등 일선 현장에서 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응급실을 찾지못해 구급차에 실려 도로 위에서 헤메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과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119 구급대 재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8월 응급실 재이송 건수는 35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0% 늘었다.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의 초기 진료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의 복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예정대로 의대증원을 밀어 붙이면서 전공의 복귀도 요원해진 상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회 회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 모집 정지를 하든, 내놓은 7개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다가올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수 있다"고 적었다.
또 정부와 의료계 협상에서 거론되고 있는 2026년 의대정원 감축이 현실화됐을 경우 의대 입시생 적체 문제 같은 혼란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2025년도 의대 정원 조정 대신 2026년도 의대정원 조정·축소를 앞세워 전공의들을 설득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9월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에 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2025년도 입학 정원 같은 경우는 이미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됐기 때문에 변경이 어렵다”면서도 “2026년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대는 유독 장기 응시자(N수생) 비중이 높은 학과인데 올해 의대입시 문턱이 낮아졌다가 내년에 다시 높아진다면 의대 입시에 매달리는 N수생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 가운데 N수생 비율은 79.3%에 이르렀다.
박단 회장은 “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오히려 의대 진학의 기회가 완전히 박탈될지도 모른다”며 “만약 2026년 의대 모집이 중단되면 이공계열 합격선도 연쇄적으로 상향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