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제일제당이 국내 식품사업에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밀가루와 식용유, 설탕 등을 판매하는 소재식품사업에서 매출이 뒷걸음질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가 소재식품사업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데 환율 변동성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내수 침체에 강달러인데 정부 입김, CJ제일제당 밀가루 식용유 실적 '겹주름'

▲ CJ제일제당이 소재식품 사업에서 부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내수 경기 침체와 달러 강세 영향을 지속해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수익성 향상을 꾀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탕과 밀가루, 식용유 등 소재식품은 정부가 물가관리 대상으로 집중 관리하고 있는 품목인 만큼 단가 인상 등을 통해 수익성 향상을 꾀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12일 CJ제일제당이 공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식품사업에서 국내와 해외의 성과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 식품사업 매출은 1조5690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6% 줄었다. 반면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5% 늘어난 1조4031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식품사업 가운데 가공식품 매출(1조557억 원)은 조금이나마 상승했지만 소재식품 매출(5133억 원)은 16.8% 감소했다. 

자회사 CJ대한통운 실적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6204억 원, 2764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1% 줄었고 영업이익은 0.4% 늘어난 것이다. 

전체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소재식품 부진은 올해 내내 지속되고 있다. 1분기와 2분기 소재식품 매출은 각각  4346억 원, 2분기에 5139억 원인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9.2%, 11.5% 줄어든 것이다. 

내수 경기 침체는 소재식품과 가공식품을 막론하고 국내 식품사업이 부진한 가장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 음식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가공식품은 외식 소비의 대안으로 수요가 늘어날 여지도 있지만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소재식품은 내수 경기에 보다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내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 탓에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수치(2.5%)보다 0.3%포인트 낮춘 2.2%로 제시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0%로 낮췄다. 

환율 흐름도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던 시기부터 상승 흐름을 보였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 6일엔 1400원을 넘기도 했다. 그 뒤로 1400원 부근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가 물가상승과 달러 강세를 유발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달러 당 1400원 이상의 강세 국면이 고착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소재식품사업이 환율에 민감한 이유는 원료인 원당, 원밀, 대두, 옥수수 등을 수입할 때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해외사업 비중도 적지 않고 해외 거점도 마련해 뒀기 때문에 환율 민감도가 일방적으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소재식품사업만 떼어 놓고 보면 강달러는 원가 부담을 크게 높이는 주요 요인일 수밖에 없다. 

CJ제일제당의 자체 환율 민감도 분석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달러 가치가 10% 상승했을 때 세후 이익과 자본이 모두 198억 원씩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CJ제일제당으로서는 이런 대내외적 변수들을 고려해 소재식품사업의 실적 개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소재식품들은 식품, 외식 등 연관 산업과 가계 경제에 미치는 비중이 커 정부가 가격 등을 집중 관리하는 품목이다. 단가를 올려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데도 제약이 있는 셈이다. 
 
내수 침체에 강달러인데 정부 입김, CJ제일제당 밀가루 식용유 실적 '겹주름'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월25일 오후 인천 중구 대한제당 인천제당 공장을 방문해 업계 애로사항 청취 및 설탕가격 인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올해 4월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6.6% 인하하며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했다. 6월엔 설탕 가격도 내렸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CJ제일제당을 비롯해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제당시장을 과점하는 기업들을 향해 담합 의혹 조사를 벌여왔던 만큼 소재식품 가격 인하 조치에 정부 입김이 있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많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은 가격 담합 혐의와 관련해 2007년 공정위로부터 510억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전력도 있다. 510억 원 가운데 CJ제일제당에 부과된 액수는 227억 원이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3분기에 가공식품에서는 비교적 선방하긴 했지만 내수 경기가 좋지 못해 국내 식품사업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재식품사업의 실적 개선 대책을 묻는 질문에 “실적설명 자료에 담긴 내용 외에 전달할만한 내용이 없다”고 대답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