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11-07 15: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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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실적부진에 시름하는 국내 건설기계 3사(두산밥캣·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에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 당선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열리면 미국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이 시작돼 실적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두산밥캣은 미국을 본거지로 하는 만큼 미국 건설기계 수요 증가에 가장 크게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건설기계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건설기계 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결과와 상관없이 대선 레이스가 마무리되면서 미국 내 인프라 투자를 향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예측이 기저에 깔려있다.
대통령 당선인이 정해지면서 건설기계 수요를 유발하는 다양한 투자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인프라 투자 지연은 최근 건설기계 3사의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여기 더해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민주당 진영에서 강조해온 동맹국에 생산기지를 설치하는 ‘프렌드쇼어링’보다 기본적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온쇼어링’ 정책으로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법인세를 현재 21%에서 15%로 낮추는 정책을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만큼 미국 내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기계업계 한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미국 현지 투자를 유치하려는 기조는 같았다”며 “다만 대표적으로 법인세 인하에서 보이듯 트럼프 당선인이 더 ‘친기업’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건설기계 수요에서 보면 좀 더 유리한 면이 있다”고 바라봤다.
건설기계 3사는 모두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으며 지속해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모태가 미국의 소형건설기계기업 밥캣인 만큼 북미 매출 비중이 전체의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도 미국 시장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HD현대건설기계는 25%, HD현대인프라코어는 11%를 북미에서 거뒀다.
두산밥캣은 북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6월 미국에 이어 멕시코에 첫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두 기업이 현지에서 각각 보유하던 조립 센터를 하나로 합친 통합 제작센터를 올해 9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관세 정책에 따라 기업별로 수혜 정도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현재 평균 3%대인 보편적 관세를 최대 20%로 상향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두산밥캣은 미국 수요를 직접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소화하기 떄문에 관세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다. 법인세 인하 혜택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미국에 판매법인을 두고 한국에서 생산한 반제품을 현지에서 조립·완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관세 정책에 민감한 구조인 셈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트럼프 당선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건설기계 업종은 온쇼어링, 10개 신도시(프리덤 시티) 건설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일정수준의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러나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주의를 고려하면 현지 생산공장이 부재할 때 대규모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며 “자국 제조업을 강화하고자 하는 트럼프 2기의 정책 방향성을 보면 미국 내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미국 대선 결과로 건설기계 수요와 관련해 더 크게 주목받는 지역으로는 재건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외교 정책이 두 후보 사이 가장 크게 차이나는 공약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이 된다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해결하겠다”며 러-우 전쟁을 빠르게 종식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쳐 왔다.
이에 러-우 전쟁의 조기 종식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날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 건설부문 분석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신속한 러-우 전쟁 종식을 언급했던 데 따라 재건사업 계획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 건설사의 신성장동력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트럼프 대통령 댕선으로 미국 인프라 투자 수요와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수요도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두 기업의 미국 조자이주 통합 제작센터 개소식 모습. < HD현대사이트솔루션 >
재건사업 역시 건설기계 수요를 크게 늘릴만한 요소로 꼽힌다. 다만 재건사업을 놓고도 기업별로 수혜 정도에는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건설기계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서 적지 않은 기대를 갖고 있는 모양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앞서 7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 수요를 상당부문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HD현대건설기계에 따르면 2021년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수요는 1천 대에서 1500대 수준으로 이 가운데 HD현대건설기계 시장점유율은 10~15% 수준이다. 건설기계업계에서는 전후 복구 수요를 기존 수요의 3배 이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기존 최대 1만6천 대 수준의 수요에 시장점유율 11~13%을 확보했던 러시아도 전후 제재 완화에 따른 수혜시장으로 보고 있다.
반면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따른 건설기계 수요로 크게 수혜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 및 농업·조경용 소형장비 제품군 매출이 전체의 80%에 이른다. 두산밥캣은 기존에도 우크라이나에서 개별 영업을 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수요로 큰 실적 개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앞서 7월 “기존 우크라이나 굴착기 연간 판매량, 과거 이라크 전쟁 이후 한국산 굴착기 증가 정도를 고려해보면 HD현대인프라코어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따른 연간 수출액은 전체 매출의 1~2% 수준”이라며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건설기계 3사는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발 불확실성이 더해져 실적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해 1~3분기와 비교해 올해 건설기계 3사의 1~3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두산밥캣은 매출이 14%, 영업이익이 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HD현대건설기계는 매출이 11%, 영업이익이 33% 줄었고 HD현대인프라코어도 매출이 14%, 영업이익이 52% 축소됐다.
건설기계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여러 세금 정책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여전히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실제로 기업에 얼마나 이득이 더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대선 불확실성이 사라져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요 회복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트럼프 체제가 수요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기대감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