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더이상 시장의 추격자가 아니다. 모두가 이제 삼성이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삼성도 스스로도 인정한다. 하지만 미래를 ‘선도’할 삼성만의 ‘그것’은 여전히 안보인다. 반면 애플, 구글, IBM 등은 과감하게 선도기술을 찾아 달려가고 있다.
◆ 애플, 구글, IBM 빠른 ‘물밑작업’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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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애플 팀 쿡 CEO는 10일 이례적으로 언론에 신제품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합리적이라면 우리가 준비중인 것을 새로운 분야로 판단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쿡 CEO의 관심은 더이상 스마트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새 제품도 스마트폰의 연장이 아니고 애플이 그동안 그래왔듯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와 완전히 쓰임이 다른 ‘닥터워치’를 내놓을 것으로 시장은 점치고 있다. 맥박이나 체온을 감지해 몸의 변화를 시시각각 알려주고 걷기나 달리기 수치를 표시해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격은 갤럭시기어보다 7만원 이상 저렴한 299달러(약 32만원)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애플은 향후 신기술을 터치스크린이나 마우스 대신 신체의 움직임이나 음성명령을 수행하는 ‘3D 동작센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애플은 3D 센서업체인 프라임센스를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애플의 모바일 기기에도 3D 동작감지 센서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관련사이트인 테크크런치닷컴에 따르면 애플은 동작센서를 이용해 특정 공간의 위치와 존재하는 물체, 움직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매핑(Mapping)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애플의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최근 내세우고 있는 ‘웨어러블’ 사업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삼성전자는 또 이 분야에서 추격자의 위치에 설 가능성도 높다.
구글은 인공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달 27일 구글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업체 딥마인드를 4억 달러에 인수했다.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인데 구글이 ‘자율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 목표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구글은 지난 해 하반기 중에만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업체를 이미 7개나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소비자를 위한 로봇보다는 ‘제조업 자동화’와 ‘무인배송 서비스’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한다. 안드로이드OS 개발자 앤디 루빈은 일전에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센서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미흡하지만 하드웨어 부문은 상용화 단계”라고 말했다.
IBM은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들고 빅데이터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왓슨은 사람의 말을 인식하고,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다. 현재 왓슨은 의학과 금융 부문에서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DBS은행, 캐나다 로열은행 등은 왓슨을 적용해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의 투자선호도 조사, 투자 종목 제안 등에 활용하고 있다.
IBM왓슨연구소 다르몽 박사는 “애플 시리와 구글 나우 등 음성검색 기능은 검색 방법을 문자입력에서 음성입력으로 바꾼 수준이고 문장도 매우 단순하다”며 “하지만 왓슨은 사람의 말을 학습하기 때문에 장문을 해석하거나, 여러 번의 대화로 해답을 내는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삼성이 준비한 3가지 미래 사업은 아직도 ‘중심잡기’ 진행 중
삼성이 미래에 '선두자로 자리잡기위해 육성하는 있는 방향은 3가지이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바이오-헬스케어, 나노 신소재 특허산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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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선도자로서 삼성을 만들어야 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일 신임 임원 만찬에서 “불확실한 미래지만 다같이 헤쳐 나가자”고 당부했는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아직도 선도자로서 삼성의 자격을 증명할 만한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모든 분야에서 여전히 '준비중'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사물인터넷 플랫폼 'SAMI' 개발을 위해 루크 줄리아 전 애플 시리 담당자를 영입했다. 애플의 '시리'와 삼성의 'SAMI'의 유사점은 다양한 서비스 데이터를 수집해 하나의 앱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리는 애플에 국한되어 있으나 삼성은 'SAMI'를 가능한 ‘개방’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둘은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핏빗(Fitbit), 페블(Pebble) 등을 포함한 약 50여개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서도 지난 7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국 머크(MSD)가 당료병치료제 인슐린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개발 및 상업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삼성그룹의 바이오 제약부문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3,01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바이오의학품 생산라인 증설을 올해의 첫 투자로 선택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2010년 ‘포스트 스마트폰 전략'으로 5대 신수종사업(태양전지•자동차용전지•발광다이오드(LED)•의료 기기•바이오)을 발표할 당시, 바이오 제약에 향후 10년 동안 2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나노 신소재 특허산업과 관련해서는 M&A를 통해 소재 및 장비산업의 국산화와 대형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일 삼성벤처투자가 떠오르는 신소재 '그래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벤처기업 XG사이언스사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지난 1년 동안 제일모직이 독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업체인 노발레드를 인수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코닝의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