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년 임기 동안 본업인 보험사업 경쟁력을 높이며 수익성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만 놓고 본다면 연말 임기를 마친 뒤 연임한다 해도 어색할 것이 없지만 NH농협금융그룹에서는 계열사 대표가 통상 임기 2년을 마치고 물러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연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뒤 잇달아 최고 실적을 갱신해 왔다. < NH농협생명 홈페이지 갈무리 > |
6일 NH농협생명에 따르면 12월 자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를 결정한다.
NH농협금융그룹 계열사는 대표 선임을 위해 2단계 임추위를 거친다. 지주 임추위가 각 계열사 대표 후보를 추려서 내리면 각 계열사에서 그 가운데 대표를 선임하는 방식이다.
윤 대표를 비롯해 12월 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대표 자리를 놓고 후보를 추리는 그룹 단위 임추위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12월에는 그룹에서 내려온 후보 리스트를 놓고 NH농협생명 임추위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윤 대표는 2023년 1월부터 NH농협생명을 이끌며 최고 실적 기록을 매년 새로 쓰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478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37.1% 증가했다. 이에 NH농협금융지주 전체 순이익 2조3151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7%까지 늘었다.
NH농협금융지주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월 말 기준 39.6%로 지난해 9월 말보다 5.3%포인트 높아졌는데 NH농협생명이 톡톡한 역할을 한 셈이다.
NH농협생명은 그룹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NH투자증권(5766억 원) 다음으로 많은 순이익을 내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자본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K-ICS) 측면에서도 업계 최상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4년 6월 말 기준 NH농협생명 지급여력비율은 경과조치 후 기준 373.4%로 생명보험사 가운데 1위다.
NH농협생명이 9월 말까지 잠정 집계한 경과조치 후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399.18%로 2023년 말보다 35.68%포인트 개선됐다.
윤 대표 취임 전인 2022년 NH농협생명의 지급여력비율(당시 RBC 기준)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돌아 부실 위험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눈여겨 볼 성과다.
NH농협생명은 윤 대표 체제에서 본업인 보험사업에 집중하며 수익성과 건전성을 개선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표는 1월 ‘경영목표 달성 추진회의’에서 본업이 바로 서야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본립도생’ 정신을 강조하며 “보험 본업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이 성과를 내면서 NH농협생명의 3분기 말 기준 보험손익은 416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0.5% 늘었다.
수익성 지표인 3분기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은 7226억 원으로 1년 전 4164억 원보다 73.5% 성장했다.
윤 대표는 2023년부터 시행된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순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도 힘썼다.
▲ NH농협생명은 9월2일 ‘치료비안심해NH건강보험’을 선보이는 등 보장성 보험 상품군을 늘려왔다. < NH농협생명 > |
윤 대표는 수익성 지표 가운데 하나인 계약서비스마진 확대를 위해 종신보험과 건강보험 판매를 늘렸다. 두 보험 모두 보장성 보험에 속해 계약서비스마진이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2024년 8월 말 기준 개인 보장성 보험 신규계약 금액으로 14조9009억 원을 냈다. 2023년 8월 말보다 29.4%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해당 기간 개인 보장성보험 신계약 금액 기준으로 생명보험업계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이런 좋은 성과에도 NH농협금융그룹의 암묵적 인사 관행이 연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NH농협금융그룹에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대표이사 임기 2년을 채우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NH농협생명에서는 나동민 전 사장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년씩 3연임에 성공한 것이 유일한 연임 사례다.
이후 모든 사장은 2년 임기를 마치면 자리에서 물러났다. 호실적 기록한 김인태 전 사장도 2021년 말 윤 대표에게 업무를 넘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초 농협중앙회에 강호동 회장체제가 새롭게 출범했다는 점도 윤 대표를 비롯한 NH농협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2023년부터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며 보험손익을 개선해 왔다”며 “연임 관련해서는 임추위에서 정해지기에 아직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