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게임 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가 최악의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거듭된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고강도 체질개선 작업에 더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게임 대장주에서 '만성적자' 위기, 박병무 고강도 체질개선 고삐

▲ 엔씨소프트는 4일 공시를 통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회사는 12년 만에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4일 엔씨소프트는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4019억 원, 영업손실 143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5%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9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지던 매출 하락세는 끊어냈지만, 2012년 2분기 이후 12년 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마케팅비 등 영업비용이 늘어난 점이 악영향을 미쳤다. 3분기 마케팅비는 487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76%, 전분기 대비 180% 각각 큰 폭으로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신작 출시와 라이브 게임 대규모 업데이트에 따른 마케팅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력 캐시카우인 리니지 시리즈의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엔씨소프트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말 출시된 리니지W 이후로 출시된 엔씨소프트 신작들은 큰 흥행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3분기 출시된 역할수행게임(RPG) '호연'도 기대 이하의 성과를 기록했으며, 지난 분기에 출시된 신작 배틀크러쉬도 흥행 부진으로 연내 서비스 종료가 결정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0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쓰론앤리버티(TL)는 초기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규모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닌 만큼 엔씨소프트의 수익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내년 출시될 대형 게임 '아이온2' 전까지는 당분간 실적을 끌어올릴 만한 트리거가 없어 실적 공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아이온2와 관련해 2025년 추가 정보를 공개될 예정이며, 경쟁보다는 성장과 플레이어 대 환경(PVE) 콘텐츠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 게임 대장주에서 '만성적자' 위기, 박병무 고강도 체질개선 고삐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엔씨소프트>


박 대표는 올해 3월 엔씨소프트에 합류해 비용 절감과 조직 효율화를 위한 강도높은 체질개선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김택진 창업주로부터 경영권 전반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당초 시장에서는 엔씨소프트가 3분기 영업이익 85억 원을 내면서 간신히 분기 흑자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적자를 내면서 박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고강도 체질개선 작업의 강도가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여러 모로 시장에 실망을 안겨 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다른 게임사와 비교해 개발 조직이 본사에 집중됐다는 점, 큰 인력 규모 등이 비효율 요인으로 지적됐다. 

올해 초 비개발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 정리를 예고했던 엔씨소프트는 전 부문을 대상으로 추가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6개 게임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부문을 축소하고, 일부 조직은 분사해 구조를 효율화하는 한편 12년 만에 희망퇴직도 추진하는 등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회사는 2024년 말까지 4천 명 중반 까지 직원 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올해 1월 밝혔다. 이날 회사 측은 본사 기준으로 직원 수가 현재 4천명 대 중반이며, 내년 중으로 3천 명대 수준으로 직원 수를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김택진, 박병무 공동대표는 최근 직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엔씨소프트가 자칫하면 만성 적자기업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생존과 미래 성장을 위해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강도 높은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회사는 올해 안으로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반영될 예정인 만큼 4분기에도 적자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 CFO는 "개편 작업은 4분기 중으로 모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고정비를 낮춰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이번 쇄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회사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