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 빠진 면세점업계, '톱4' 3분기 이어 4분기 실적도 '먹구름'

▲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 불황 극복을 위해 동경긴자점 재단장 등을 진행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다마쓰카 겐이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가 16일 일본 롯데면세점 동경긴자점에서 리뉴얼 오픈 기념 리본 커팅식을 진행하는 모습. <롯데면세점>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4대 면세점이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회의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주요 수요층이 이탈하면서 3분기까지 부진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는데 4분기에도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기는 힘든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유통업계 말을 종합해보면 면세점 업계의 3분기 실적이 직전 2분기보다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종식된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여전히 면세점 업계는 역성장을 거듭하며 벼랑 끝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현재 면세점 업계의 이용객 수는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9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는 251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9.0%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내국인은 13.1% 증가한 166만 명, 외국인은 32.7% 늘어난 85만 명으로 집계됐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월평균 이용객 수의 60%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최대 월 이용객을 달성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매출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940억 원으로 8월보다 10.0% 감소했다. 내국인 매출은 10.4% 증가한 2726억 원을 기록했으나 외국인 매출은 9215억 원으로 14.7% 줄었다.

이용객 수 증가에 비해 매출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게다가 면세점 매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1인당 구매액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 9월 외국인 관광객의 객단가는 108만 원이다. 지난해 9월보다 60만 원 가량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가 지목된다.

면세점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이들이 단체 대신 개인·소규모 여행을 선호하면서 단체 관광객 ‘유커’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개인 관광객은 단체 관광객과 달리 면세점 쇼핑보다는 먹거리와 체험 중심의 관광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중국 경기침체로 관광객의 소비규모도 크게 감소했다. 

이에 중국 관광객들의 주요 쇼핑 장소도 고가 브랜드 위주의 면세점이나 백화점 보다는 중저가 브랜드를 판매하는 올리브영, 다이소 등의 로드숍으로 바뀌었다. 한국 면세품을 대량으로 구매해오던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의 수요도 줄었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 상반기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이른바 4대 면세점의 실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46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 6월에는 실적 부진의 돌파구로 인력 구조조정과 급여 삭감 등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현대면세점 역시 상황이 좋지 못하다. 현대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90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적자폭이 70억 원 이상 줄었으나 여전히 1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모두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두 곳 모두 지난해보다 흑자폭이 크게 줄어들며 안정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91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줄었다.
 
부진의 늪에 빠진 면세점업계, '톱4' 3분기 이어 4분기 실적도 '먹구름'

▲ 신라면세점은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에 입점한 타임밸리 매장 전경. <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29억 원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1%나 감소했다. 신세계와 신라면세점 모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며 3분기뿐 아니라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3분기와 4분기 면세점의 실적과 관련해 회의적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면세 수요 감소에 따라 면세점 실적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며 3분기 현대백화점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시내면세점 매출은 2분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판단되나 9월 인천공항 면세점 영업장 1차 개장으로 임차료가 늘어났다”며 3분기 신세계면세점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낮춰잡았다. 다만 수익성 부진은 인천공항 정규 매장 개장 등 면적 확대 작업에 따른 일시적 비용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시장 규모 자체는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꺼내들며 소비 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되살아나고 있다. 면세점들도 실적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롯데면세점은 동경긴자점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며 ‘사후면세점’ 공간을 추가했다. 사후면세점은 물건 구입 후 세금을 환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돼 일본 현지인들도 구매가능하다. 중국 시장에서 악화된 실적을 일본 시장에서 일부 보완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신라면세점은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스위스 럭셔리 시계편집숍 ‘타임밸리’를 인천국제공항에 열었으며 11월에는 인천공항점에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확장 이전한다.

면세점 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도 쇼핑 지원금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7월부터 인천공항점에 탑승 3시간 전 도착 고객들에게 최대 7만 원을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다. 현대면세점 역시 탑승 3시간 전 도착 고객을 대상으로 3만 원 선불카드를 증정한다. 이는 공항 체류 시간을 늘려 방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파악된다.

다만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실제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우세하다.

중국은 2차 경기 부양책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부양책의 실효성 여부는 판단하기 이르나 투자심리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결국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선행돼야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