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오히려 중국 투자 확대, 중국 전문가 최경 끌고 '아모레 출신' 심상배 밀고

▲ 심상배 코스맥스차이나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최경 코스맥스 대표이사 부회장.

[비즈니스포스트] 코스맥스가 중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경기침체의 지속 탓에 ‘탈중국’ 움직임을 강화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코스맥스 밑그림을 그리는 최경 코스맥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심상배 코스맥스차이나 대표이사 부회장의 역할이 적절히 나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최경 부회장이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와중에 아모레퍼시픽에서 40년 동안 화장품 사업의 경험을 쌓은 심경배 부회장의 역량이 더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25일 코스맥스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20년 동안 중국시장에서 쌓아온 기술력과 네트워크 등을 무기로 중국 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실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맥스는 중국 시장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코스맥스 전체 매출의 25% 이상이 중국법인에서 나온다. 2분기 기준 코스맥스의 해외법인 매출비중은 중국 26%, 미국 6%, 인도네시아 4%, 태국 2% 등이다.

뷰티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혈안이다. 하지만 코스맥스는 중국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코스맥스 중국법인 코스맥스차이나는 창립 20주년에 맞춰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신사옥 건립에 들어갔다

코스맥스는 1300억 원을 투자해 1만3천㎡(약 4천 평) 부지에 연면적 7만3천㎡(약 2만2천 평)의 신사옥을 건설하기로 했다. 연구와 생산, 마케팅까지 화장품 제조자설계생산(ODM) 사업의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중국 현지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화장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코스맥스는 최근 중국 푸단대학 부속 화산병원과 ‘중국 민감성 피부 및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해당 협약으로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 맞춤형 피부 체내미생물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는데 이는 향후 적극적인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최경 부회장이 코스맥스의 이러한 방향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지목된다.

최 부회장은 코스맥스와 27년을 함께 해온 창립 초기 멤버다. 2004년 코스맥스차이나 총경리로 20여 년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해 코스맥스 중국사업 성공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코스맥스의 중국사업은 코스맥스차이나, 코스맥스광저우, 이센생물과기유한공사 등 3개 법인으로 확장됐다. 중국 내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올해 국내법인으로 복귀했지만 중국법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 사이의 시너지를 내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스맥스는 ‘글로벌 원 코스맥스’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원 코스맥스는 그룹 전체의 운영체계 및 효율성 강화를 위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코스맥스는 국내법인과 해외법인 간의 시스템을 통합하고 조직 운영을 일원화 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 부회장 역시 20여 년의 중국사업 경험을 중국법인과 국내법인에 모두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심상배 부회장 역시 코스맥스의 중국 사업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로 꼽힌다.

심 부회장은 1980년 태평양으로 입사해 40여 년 동안 아모레퍼시픽에서 생산, 물류, 개발 등 업계 전반을 두루 경험한 ‘아모레맨’이다. 
 
코스맥스 오히려 중국 투자 확대, 중국 전문가 최경 끌고 '아모레 출신' 심상배 밀고

▲ 상하이에 건립될 코스맥스차이나 신사옥 조감도. <코스맥스>


심 부회장은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하자 책임을 지고 2017년 아모레퍼시픽 대표직을 사임했다. 이후 2019년까지 아모레퍼시픽 고문으로 근무했다.

2020년 코스맥스그룹에 합류해 2021년 코스맥스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사드보복을 거치며 중국시장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한 인물인 만큼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고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심 부회장은 2017년 사드보복의 대응책으로 중화권·아세안·북미 등 3대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중동·서유럽으로 신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 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코스맥스 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가 코스맥스에 합류한 뒤 코스맥스 국내법인은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넘었다.

코스맥스는 올해 초 최경 부회장과 심상배 부회장을 코스맥스 중국 법인의 반등을 위한 전진배치했다. 3월 심상배 코스맥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최경 코스맥스차이나 대표이사 부회장의 직책을 상호 교체한 것이 그 사례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코스맥스에 대한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현지 소비가 늘어나면 코스맥스와 거래하는 현지 저가브랜드 제품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 화장품 업종 최선호주로 코스맥스를 제시했다.

물론 코스맥스의 행보가 가시적 결과로 이어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사옥 건립에만 1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만큼 이를 회수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시장에서의 실적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코스맥스 중국법인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476억 원을 내며 지난해보다 4.1% 감소했다. 중국시장의 소비위축으로 화장품 소매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매출 비중도 감소 추세에 있다. 코스맥스 중국매출 비중은 2023년 4분기 34%, 2024년 1분기 29%, 2024년 2분기 26%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더라도 소비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경기침체가 오랜 기간 이어져온 탓에 소비심리가 이전 수준으로 올라오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