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방산·증권 업종위주로 2024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진한 실적으로 막을 연 3분기 실적 시즌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국내 상장기업의 3분기 실적 추정치는 꾸준히 낮아지고 있고 4분기에는 3분기보다 더 낮은 이익을 거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하지만 반도체업종이 전체 실적 추정치 하향을 이끄는 상황속에서도 단단한 실적을 내는 조선과 방산, 증권섹터 종목이 상대적으로 더 큰 주목을 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올해 이익 추정치가 줄어들고 있지만 조선·방산·증권 업종의 이익 추정치는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증권 보고서를 보면 10월 셋째 주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가 존재하는 한국 상장기업 431곳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주보다 0.4% 낮아진 72조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업종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내려오고 있는데 특히 시가총액과 영업이익 비중이 큰 반도체업종이 전반적 하락을 이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0조6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8월 추정치가 24조 원 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달 사이 20% 가량 낮아졌다.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9조1천억 원으로 3분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이 침체에 들어갈 확률은 낮게 여겨지지만 경기가 정체 국면에 머무르고 있고 중국은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글로벌 경기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것이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시즌 초반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이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반도체, 화학, IT가전, 자동차 등의 이익 추정치가 내려오고 있다”며 “관련 산업의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대내외 환경 속에서 수익성 개선 종목의 기대감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셈인데 하반기 이익 추정치가 높아지고 있는 대표 분야로는 조선과 증권, 방산주 등이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증권업종의 2024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주보다 0.7%, 상사·자본재는 0.4%, 조선·기계는 0.2% 상향 조정됐다.
신한투자증권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포트폴리오에서도 조선·방산·증권의 비중이 높게 나왔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실적 시즌을 겨냥해 깜짝 실적 확률이 높고 이익 추정치가 높아지고 있는 30개 종목을 구성했다. 이와 함께 기관과 외국인 수급 강도도 반영됐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산업재와 KB금융,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금융섹터 비중이 서프라이즈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5%. 27%에 이르렀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어닝 서프라이즈 포트폴리오는 팬데믹 이후 코스피200지수 수익률보다 41%포인트 높은 초과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이익 추정치 하향에 따라 상승재료가 부족한 상황이다”면서도 “서프라이즈 기반 포트폴리오는 초과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데 깜짝 실적 확률과 기관·외국인 수급 등의 요소가 초과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종에서는 노후화한 배 교체발주 시기가 돌아온 상황에서 친환경 규제로 고부가가치 선종 수주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장기 호황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장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은 본격적 친환경 규제를 앞두고 부족한 공급과 친환경 선박 교체수요가 맞물려 본격적 상승 주기에 진입했다”며 “이번 주기는 길고 지속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고 내다봤다.
조선업종에서는 HD현대 그룹주가 눈에 띈다.
지주사 HD현대의 2024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주보다 4.7% 높아진 3조3542억 원으로 조사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0.34% 증가한 1조3500억 원, HD현대미포는 3.9% 늘어난 679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방산업종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주와 비교해 4.7% 증가한 1조1565억 원으로 집계됐다.
▲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하면서 한국 상장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낮아지고 있다. |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기존 38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높여 잡았다.
장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스의 실적 개선속도는 놀랍다”며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실적 개선과 중동, 동유럽,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할 추가 수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산업종을 둘러싼 우호적 경영환경에 힘입어 현대로템, LIG넥스원의 실적 성장도 기대된다.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이 국방비 예산을 늘려 무기 구매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롤리 워커 영국 참모총장은 3년 안에 전투력을 2배, 10년 안에 3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을 제외한 NATO 국가들의 2024년 국방비 예산은 5067억 달러로 2021년보다 41.2% 증가했다.
증권업종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함께 금리인하 수혜 기대감도 받고 있다.
개별종목 실적을 보면 삼성증권의 이익 추정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증권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971억 원으로 전주보다 1.2% 상향 조정됐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지만 해외 주식 거래대금은 증가했고 금리 하락 구간에서 증권사 이익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증권은 이익 증가가 배당금액 상향으로 이어져 올해 배당수익률이 7%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됐다. 키움증권도 적극적 자사주 취득·소각과 배당금이 늘어 배당수익률이 5.6%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