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3조2천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자본확충 지원의 선행조건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자구안 이행에 관련된 노사확약서를 요구하고 있는데 향후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대우조선해양에 3조2천억 지원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은 10일 대우조선해양에 빌려준 1조8천억 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 지난해에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에 4천억 원 규모로 참여한 점을 감안하면 전체 2조2천억 원을 자본확충에 지원하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지원방안에서 자본확충 지원규모를 2조 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보다 2천억 원가량을 더 투입하게 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지원방안에서 논의됐던 4조2천억 원의 지원범위 안에서 출자전환 규모를 기존의 목표보다 다소 늘렸다”며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절벽 등으로 예상보다 경영상황이 나빠진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도 대우조선해양에서 발행한 영구채 1조 원 규모를 사들이고 대우조선해양이 이 자금으로 수출입은행에서 빌렸던 같은 규모의 여신을 갚는 방식으로 자본확충에 참여한다.

영구채는 만기를 계속 미루고 이자만 갚아도 되는 채권으로 회계상 부채가 아니라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수출입은행은 법적인 문제와 채권 변제순위 등을 감안해 출자전환 대신 영구채 전환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기에 앞서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주식 1억3천만여 주 가운데 6천만 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남은 지분은 대우조선해양의 완전자본잠식에 따른 결손금을 보전하기 위해 10대1 비율로 무상감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이 끝나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율이 현재 49.7%에서 약간 줄어들게 된다”며 “최대주주로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감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자본확충을 지원하면 대우조선해양은 완전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오면서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상태에서 1조6천억 원 규모로 늘어나고 부채비율도 900% 수준으로 떨어진다.

산업은행은 자본확충을 지원하기 전에 대우조선해양 회사와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생존을 위한 자구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내용의 확약서를 요구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른 시일 안에 노사확약서를 내지 않으면 신규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원칙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인 처리방안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