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을 놓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이미 네 번째 국감을 치르는 김 사장이었지만 의원들의 강도높은 질책이 이어져 여유를 갖기 어려웠다. 더욱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석유공사의 자료제출 미흡과 김 사장의 수감태도 등을 지적하고 나서자 김 사장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유공사 김동섭 국감서 '곤혹', 야당 동해가스전 공세에 여당은 태도 지적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왼쪽)이 17일 울산 한국석유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의 의사진행발언에 미소를 지으며 답변하고 있다. <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7일 울산 한국석유공사 본사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한국석유공사의 동해가스전 관련 자료 제출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시작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한국석유공사의 자료 제출이 자의적인 판단 아래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교흥 의원은 “국내 탐사 자문단이 진행한 동해·울릉 잠재 구조 자료는 주지도 않더니 유망성 검토 보고서는 자료를 제출했다”며 “위원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는 안 주고 석유공사가 줘도 괜찮다 생각하는 자료만 주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처음에 김동섭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4대 잠재 구조 평가라면 제가 직접 설명을 드릴 수 있다”며 “굉장히 기술적 분야다 보니 저희가 자료를 드리는 것보다 직접 가서 설명드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미흡한 자료를 지적받고도 여유로운 모습을 잃지 않았던 김동섭 사장이지만 여당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가 시작되면서 국감장내 분위기가 돌변했다.

주호영 의원은 미흡한 자료 제출에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김동섭 사장의 태도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 의원은 사업 실패의 뒷감당을 거론하며 김 사장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그는 “지금 국회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황에서 동의가 있어야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자료를 이렇게 안 내고 감추고 해서 어떻게 야당을 설득하겠느냐”며 “이런 일로 국론이 분열돼서 만약 실패하기라도 하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며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냥 뭉개다 가버리면 된다는 것인가”라며 “다들 그런 식으로 임기까지 뭉개다 가버리고 딴 분이 와서 뭉개다 가고 이러다 보니 부채가 몇십조 원이 쌓이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동해 심해 가스전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김동섭 사장에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해 심해 가스전의 재분석을 진행했던 슐럼버거도 아니고 세계 석유 채굴 기업 가운데 세 손가락 안으로 꼽히는 할리버튼도 아닌 액트지오가 선정된 이유를 캐물었다.

김동섭 사장은 “의료 분야와 비교를 해서 설명을 해드리겠다”며 “유명한 영상의학자가 은퇴를 해서 개업을 했다고 한다면 필요한 것은 병원도 아니고 수술실도 아니고 그저 컴퓨터와 경험 뿐”이라며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충분한 경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사장의 대답을 들은 김교흥 의원은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학연 의혹을 제기하며 구웅모 한국석유공사 동해탐사팀장이 다른 두 곳과 달리 액트지오만 두 번이나 더 만난 이유를 캐물었다.

이와 관련해 김동섭 사장은 “그저 정황일 뿐이다”며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가 제가 알기로는 이 분야의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곳”이라며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 김동섭 국감서 '곤혹', 야당 동해가스전 공세에 여당은 태도 지적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왼쪽)이 17일 울산 한국석유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굳은 표정으로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해 심해 가스전이 속한 8광구가 이미 성공불융자 제도 아래에서 특별융자감면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공불융자 제도는 해외자원개발 등 위험이 큰 사업을 하는 기업에 정부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사업이 실패하면 융자금을 감면해 주고 성공하면 원리금 외에 특별 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한다.

한국석유공사는 2022년 국내 대륙붕 제8광구 및 6-1광구 북부 사업과 관련해 융자 감면을 받은 바 있다.

김동아 의원은 “해당 사업이 특별융자감면을 받았다는 것은 사업이 실패했다는 뜻”이라며 “15년 동안 추진하다 실패해서 공식적으로 실패를 인정받았는데 같은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삼성전자 시총 5배 이야기를 하는 게 말이 된다고 보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동아 의원은 또 하베스트 인수 책임자가 아직도 한국석유공사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하베스트 인수 당시에 계약서에 서명한 것까지 확인된 분이 지금 한국석유공사 에너지사업본부장, 동해가스전개발태스크포스(TF) 파견, 대왕고래 프로젝트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라며 “어떻게 이런 분을 사업의 책임자로 내정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동섭 사장은 “하베스트는 생산 광구였고 생산 광구는 한 번에 수조 원이 들어간다”며 “하베스트는 생산광구였지만 탐사광구는 한국석유공사가 성공률이 높다”고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김동섭 사장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는 질문 의도와 전혀 맞지 않는 답변을 하면서 김한규 의원의 입에서 “제 질문을 듣지 않는 것이냐”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김동섭 사장의 답변이 이어지자 산자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조차 비판에 나섰다.

이철규 의원은 “(정부가) 수십 년간 이 업무를 수행해 온 사람들에게 휘둘려서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바로잡아 주는 게 정무직으로 임명되어 온 여러분들의 소임”이라며 “하베스트 투자 결정을 했던 사람이 아직도 석유공사에서 본부장으로 남아 있다면 그 사람의 의사결정을 과연 국민과 위원들이 옳다고 따라 주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것을 지적하는 위원님들도 신뢰할 수 있게끔 답변을 책임 있게 해야 한다”라며 “위원들의 요구를 그렇게 대충 넘어가려고 하지 마시고 책임 있게 답변을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김 사장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세계 주요 석유기업 가운데 하나인 ‘쉘’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엔지니어링부문 책임 등으로 1990년에서 2009년까지 20년 가까이 일해 자원개발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6월에 석유공사 사장으로 임명돼 올해 6월로 3년 임기를 마쳤으나 석유공사가 동해가스전 시추사업을 진행하면서 내년 9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