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데브시스터즈의 개발 자회사 '오븐게임즈'가 제작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쿠키런:모험의탑’이 출시 4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이용자 수와 매출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대표적 지식재산권(IP)인 '쿠키런'을 바탕으로 제작된 최근 게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면서, 회사의 신규 IP 창출과 흥행 장기화 능력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쿠키런:모험의탑' 이용자·매출 급전직하, 흥행게임 창출력에 의문부호

▲ 데브시스터즈의 개발 자회사 '오븐게임즈'가 2024년 6월26일 출시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쿠키런:모험의탑'. <데브시스터즈>


16일 게임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데브시스터즈가 2024년 6월26일 글로벌 출시한 '쿠키런:모험의탑'의 최근 이용자 지표는 출시 초기의 26% 수준으로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게임의 9월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5만 명으로 조사됐다. MAU는 30일 동안 앱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적이 있는 사용자 수를 집계한 것이다.

이는 7월에 기록한 최고치인 95만 명에서 약 74%가 감소한 것으로, 전달인 8월 51만 명과 비교해도 절반 가까운 이용자가 빠져나간 것이다.

그 결과 '쿠키런:모험의탑' 이용자 수는 데브시스터즈가 2009년과 2013년에 출시했던 러닝 액션 게임 '쿠키런:오븐브레이크'와 '쿠키런', 2021년 선보인 역할수행게임(RPG) '쿠키런:킹덤'보다 적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용자 수 감소에 따라 월 매출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을 종합하면, 쿠키런:모험의탑의 9월 매출은 전체 모바일게임 가운데 33위를 기록했다.

7월에는 높은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전체 7위를 차지했지만, 8월에는 16위로 하락했다. 이어 9월에는 이용자 이탈과 함께 17계가 추가 하락한 것이다.

기존 출시한 게임에 비해 이 게임의 이용자 지표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이유는 캐릭터 성장 구조의 부적절한 설계와 보유 재화의 빠른 가치 훼손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설계가 게임 장기 흥행을 막은 것이란 얘기다. 

'쿠키런:모험의탑' 성장 구조는 유일한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레이드’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레이드는 다수 이용자가 특정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형태의 콘텐츠를 말한다.

이 게임에서 레이드는 캐릭터 장비를 획득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일반 레이드인 ‘레이드 모드’와 점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나눠 보상을 지급하는 ‘챔피언스 레이드’로 나뉜다.

장비는 무기, 모자, 상의, 하의 등 4개 부위를 착용해야 하는데 모자, 상의, 하의 등 3부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장비는 '슈퍼 에픽 장비'이며, 무기는 '유니크' 등급이 최상위 장비다.

슈퍼 에픽 장비가 특별한 이유는 동일한 명칭의 세트로 맞추면 추가 효과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유니크 무기도 특정 캐릭터에게 필요한 이점을 제공하는 '전용 무기'의 형태인 만큼,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될 때가 많다.

그러나 레이드에서 슈퍼 에픽 장비와 유니크 무기를 얻을 확률은 높지 않고, 원하는 장비를 획득하는 건 더 어렵다. 게다가 4개 부위의 장비는 같은 종류의 장비를 합쳐 더 높은 효과를 내는 ‘승급’을 해야 확실한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 

챔피언스 레이드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주로 사용하는 캐릭터에 이같은 장비를 모두 장착해야 하는데, 문제는 신규 캐릭터가 기존 장비 가치를 무너뜨리는 형태로 출시되는 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 나온 캐릭터 성능이 뛰어나고 함께 추가되는 장비 세트가 더 높은 성능을 내기 때문에, 챔피언스 레이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려면 새 캐릭터와 장비를 얻기 위해 또다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또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같은 캐릭터를 여러 번 뽑아 승급해야 하는데, 캐릭터와 함께 출시되는 별도의 착용 아이템인 '아티팩트'에도 똑같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하나의 캐릭터를 최상위 등급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 수십만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데브시스터즈 '쿠키런:모험의탑' 이용자·매출 급전직하, 흥행게임 창출력에 의문부호

▲ 데브시스터즈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쿠키런' 기반 신작인 가상현실(VR) 게임 '쿠키런:더다키스트나이트(왼쪽)'와 퍼즐 게임 '쿠키런:마녀의성' 이미지. <데브시스터즈>


결과적으로 다른 쿠키런 기반 게임보다 높은 캐릭터별 성장 시간과 비용 투자 요구가 이용자 이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임은 출시 한 달만에 약 204억 원을 벌어들이는 등 3분기 실적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용자 지표가 4분기 들어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4분기부터 이 게임 실적은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최신 게임 성과가 저조함에 따라 게임 사업 성장성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2023년 12월1일 메타의 가상현실(VR) 기기인 '퀘스트' 플랫폼에 출시한 VR 게임 ‘쿠키런:더다키스트나이트’는 연내 신규 스토리 업데이트를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공개된 사항은 없다.

2024년 3월15일 글로벌 출시된 퍼즐 게임 ‘쿠키런:마녀의 성’은 출시 첫 달에 MAU 29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모바일 게임 가운데 36위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신규 업데이트 시기에만 MAU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회사가 출시한 캐주얼 게임들도 '브릭시티'를 제외하고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쿠키런 IP를 벗어난 신규 IP의 흥행 역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