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인재영입 키워드는 ‘관리’와 ‘대관’, 범삼성가와 대통령실 출신 러브콜

▲ SPC그룹이 관리와 대관 업무에 방점을 찍고 청와대 출신과 범삼성가 출신 외부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출신인 임병선 SPC 각자대표이사 총괄사장(왼쪽)과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 출신인 천효정 SPC 뉴미디어실 실장.

[비즈니스포스트] SPC그룹이 관리와 대관 업무에 방점을 찍고 외부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노조 탈퇴 종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그룹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조성하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SPC그룹이 최근 1~2년 사이 영입한 외부 인사들을 살펴보면 대통령실(옛 청와대) 출신과 범삼성가 출신들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PC 각자대표이사로 내정된 임병선 총괄사장은 범삼성가로 분류되는 신세계그룹 출신이다.

그는 1962년생으로 신세계 백화점부문 부사장, 신세계까사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눈여겨 볼 것은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에서 일했다는 점이다.

경영전략실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만큼 SPC그룹의 전체적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임 총괄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SPC그룹은 임 총괄사장이 인사와 법무, 대외협력, 홍보 등을 총괄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험을 중시한 관리자 영입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SPC그룹은 지난해 3월 하주호 전 호텔신라 부사장을 커뮤니케이션본부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1964년생인 하 본부장은 1989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34년 동안 삼성그룹과 계열사에서 일했다. 삼성전자 홍보그룹 그룹장, 에버랜드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호텔신라 커뮤니케이션팀 팀장 등을 거친 홍보 전문가다.

하 본부장은 SPC그룹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던 시기에 영입됐다. 홍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통해 대외 홍보에 힘을 싣고 하 본부장이 그동안 다져온 관계를 대관 업무에서 활용하겠다는 인사로 보였다.

하지만 올해 7월 하 본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에 이상언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선임됐다. 이 본부장이 선임된 시기는 허영인 회장이 노조 탈퇴 종용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을 때다.

일각에서는 이 본부장이 중앙일보에서 사회부 기자와 법조 기자로 오래 일한 만큼 법조계 인맥과 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겠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허영인 회장의 재판에서 하 부사장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해 하 부사장이 사임하지 않았겠냐는 반응도 삼성그룹 관계자들에게서 나왔다. 
SPC 인재영입 키워드는 ‘관리’와 ‘대관’, 범삼성가와 대통령실 출신 러브콜

▲ 중앙일보 사회부와 법조 기자로 오래 일한 이상언 SPC 커뮤니케이션본부 본부장(왼쪽)과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인 여선웅 SPC 전략지원실 실장.

대관 업무를 위한 포석으로 보이는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활발하게 영입했다.

SPC그룹은 7월 여선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전략지원실 실장으로 발탁했다. 선임 당시 “여 실장은 그룹에서 국회를 담당할 대관 업무 임원”이라고 설명했다.

1983년생인 여 실장은 2014년 강남구의회 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8년 쏘카 새로운규칙그룹 본부장으로 일하다가 2019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2021년부터는 종합 프롭테크 기업 직방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SPC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8월에는 천효정 전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을 뉴미디어실 실장으로 영입하는 인사도 있었다.

1986년생인 천 실장은 채널A 기자로 입사해 KBS로 이직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초대 부대변인을 지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를 신청했지만 최종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천 실장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해 법학 석사와 법학 박사 학위도 서울대학교에서 받았다. 대관 업무 뿐만 아니라 법조계 인맥 활용에 있어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SPC그룹은 법조계 인맥 활용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 3월 SPC 대표이사 사장으로 강선희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다.

1965년생인 강 전 사장은 판사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강 전 사장 역시 법조계와 청와대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다.

강 전 사장은 올해 3월 취임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남편인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사임했다.

SPC그룹이 범삼성가 출신과 대통령실 출신 인사를 꾸준히 영입하는 것은 회사 내부에서 발생해 논란이 된 노동자들의 사망사고 및 오너리스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SPC그룹 계열사 공장들에서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8월까지 공장 노동자가 잇따라 사망하거나 다쳤다.

허 회장은 노조 탈퇴 종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구속되기도 했다.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황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룹의 이미지가 추락한데다 오너 공백 사태까지 겪은 만큼 SPC그룹이 큰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차원에서 법무와 대관 업무를 강화하고 노조 관계 회복,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 개선 등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이른바 관리와 대외업무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을 적극 영입한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