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다양한 작가의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

▲ 한강 작가가 124회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그는 한국과 세계 문학을 집필한 여러 작가들이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124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작가가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문학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처음이자 1970년대생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한강 작가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트라우마’에 정면으로 맞서는 강력한 작품을 집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된 한강 작가의 소감을 담은 짧은 전화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한 작가는 수상 소식을 듣고 크게 놀랐다며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과 세계 문학을 접하며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에 녹아든 노력과 힘이 자신의 창작 활동에 영감을 주었다고 전했다.

노벨위원회는 한 작가의 작품이 한국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인간 내면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산문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강은 197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일했다. 부친은 1988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승원 작가다.

다음은 노벨위원회와 한강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수상을 축하드린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감사하다. 매우 감사하다. 많이 놀랐고, 정말 영광스럽다.”

- 수상 소식을 어떻게 듣게 됐는가?

“누군가 전화로 소식을 알려줬다. 당연히 놀랐다. 한국에서 아들과 저녁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아주 평화로운 저녁 시간이었다. 정말로 놀랐다.”

- 오늘은 무엇을 했는가?

“오늘은 일을 하지 않고 책을 좀 읽거나 산책을 했다. 편안하게 보낸 하루였다.”

-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아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들도 많이 놀랐지만, 아직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냥 놀랐을 뿐이다.

- 노벨문학상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영광스럽고 수상을 지지해주신 데 감사하다. 감사할 따름이다.”

- 한국 첫 수상자가 된 기분은 어떤가?

“나는 책과 함께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어로 쓰이거나 번역된 책들과 함께였다. 그래서 한국 문학을 매우 가깝게 느낀다. (수상)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들,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기를 바란다.”

- 당신에게 가장 중요하게 영감을 준 작가들은 누구인가?

“어릴 때부터 모든 작가들이 함께였다. 그들은 각자 인생의 의미를 탐구해 왔다. 때때로 그들은 길을 잃었고 때때로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내게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영감을 준 인물을 고르기는 정말 쉽지 않다.

-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도 영감을 준 작가들 중 한 명이라고 들었다.

“맞다. 어린 시절에 그의 작품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 할 수 없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을 때면 인간과 삶, 죽음에 관련한 나의 의문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 당신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어떤 것부터 시작하라고 제안하고 싶나?

“모든 작가들이 자신의 최신작을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 작품은 ‘작별하지 않는다’다.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년이 온다’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자전적 소설인 ‘흰’도 있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도 있다. 하지만 ‘작별하지 않는다’가 좋은 출발점일 것이라고 느낀다.”

- 세계 독자들에게는 ‘채식주의자’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이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집필에 3년이 걸렸다. 내게는 여러 이유로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 나무와 햇빛의 이미지를 찾는 데 고생했다. 그 3년 동안의 시간이 생생하다.”

- 노벨문학상 수상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을 세웠나?

“통화가 끝난 뒤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아들과 차를 마시며 오늘은 조용히 축하를 하고 싶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