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용일 현대해상 각자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성재 현대해상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주주환원을 확대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해상은 9월 발표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지수’에 이름을 올리며 시장 안팎의 주주환원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하반기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최근 발표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안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배당가능이익 확보도 어려워졌다.
 
현대해상 배당가능이익 확보 안갯속, 조용일 이성재 주주환원책 가시밭길

조용일 현대해상 각자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성재 현대해상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주주환원책을 놓고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현대해상은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파악된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해상은 2분기 ‘깜짝실적’이 고무적이지만 높아진 이익체력이 주주환원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급여력비율을 고려하면 소극적 주주환원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조 부회장과 이 사장은 1월 신년사에서 “보험산업 전반의 성장 둔화와 계속되는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앞으로 펼쳐질 경영 환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익 창출 증대와 영업 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실제 현대해상은 보험손익 개선에 힘입어 상반기 별도기준 순이익 8330억 원을 냈다. 2023년 상반기보다 67.6% 증가한 호실적을 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3분기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내는 동시에 배당가능이익도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해상은 3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이 1년 전보다 12% 악화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실적 부진에 제도 개선안 영향도 더해지며 올해 배당 지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현대해상은 금융당국이 2일 발표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안 적용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배당가능이익 확보가 더 어려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사들은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가 적용된 뒤 감독회계 상 해약환급금 부족액을 이익잉여금 범위 안에서 해약환급준비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새 회계제도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해 계약 해지 시 지급해야 하는 해약환급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약환급준비금은 법정준비금으로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개선돼 보험사가 보유해야 하는 금액이 줄어들면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증권사들은 특히 현대해상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 8330억 원의 96%에 해당하는 7963억 원을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한 만큼 개선안이 적용되면 배당가능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해상의 경우 6월 말 기준 배당가능이익이 음수지만 개선안이 적용된다면 양수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안은 지급여력비율 200% 이상인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를 줄이는 내용으로 발표되면서 현대해상은 제외됐다.

현대해상의 6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은 169.7%로 200%를 밑돈다.

현대해상 주가는 제도 개선 수혜가 불투명해진 아쉬움을 반영하듯 개선안이 발표된 2일 6.21% 내린 3만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현대해상 주가는 글로벌 증시가 크게 내린 8월 초 검은월요일보다 더 큰 하락폭을 보였다.
 
현대해상 배당가능이익 확보 안갯속, 조용일 이성재 주주환원책 가시밭길

▲ 현대해상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적용될 경우 배당가능이익 확보가 가능하다고 예상됐다. <한화투자증권>


현대해상이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의 100개 구성 종목에 포함됐다는 점도 조 부회장과 이 사장에게 부담요인일 수 있다. 시장 안팎에서 주주환원과 배당 관련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꾸준히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 상황에서 최근 호실적이 배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지수에 편입됐다고 바라봤다.

현대해상은 약 20년 동안 별도기준 순이익의 20%를 배당하는 배당성향을 보여 왔다.

조 부회장과 이 사장의 임기가 여전히 1년 이상 남은 만큼 단기적 관점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환원 강화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조 부회장은 1984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988년 현대해상으로 옮겨와 기업보험부문, 최고업부책임자(COO)를 거치며 2020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사장은 1986년 현대해상에 입사한 뒤 최고고객책임자(CCO), 경영기획본부, 자회사 현대C&R 대표이사 등을 지내고 2020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조 부회장과 이 사장은 각자대표에 선임된 뒤 경영 실력을 인정받으며 2022년 12월 당시 조 사장은 부회장으로, 이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 3월 각자대표 연임이 결정되며 3년의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