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보톡스(보톨리눔톡신)균주의 출처를 놓고 대웅제약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후발주자인 대웅제약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메디톡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메디톡스, 대웅제약에 공세 강화
메디톡스는 7일 “대웅제약의 보톡스균주가 메디톡스의 보톡스균주와 기원이 다른데도 일부 염기서열이 일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며 “대웅제약이 보톡스제품 ‘나보타’의 염기서열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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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진뱅크’에 따르면 대웅제약 보톡스균주를 포함한 6개 균주가 독소와 관련된 염기서열이 메디톡스의 보톡스균주와 일치한다. 대웅제약은 균주의 출처가 달라도 염기서열이 일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메디톡스는 “다른 보톡스균주들의 독소관련 염기서열이 메디톡스의 보톡스균주와 일치하는 것은 기원이 같기 때문”이라며 “대웅제약이 발견했다는 보톡스균주는 시간적, 지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독소유전자의 염기서열이 같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10월6일 대웅제약의 보톡스균주의 출처와 취득과정이 의심스럽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후 보톡스균주출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서로 한발도 양보하지 않고 있어 결국 법적분쟁으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톡스는 4일 보톡스제품 ‘메디톡신’의 염기서열을 공개했지만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염기서열 공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하며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이에 대해 “법적대응은 말 그대로 메디톡스가 요구하는 공개토론을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톡스균주 출처와 취득과정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이상 끝까지 싸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가 처음 문제제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대웅제약이 정당하지 않은 경로로 보톡스균주를 취득했다고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보톡스균주 출처에 대해 떳떳하다면 왜 아직까지도 염기서열 공개를 거부하겠느냐”라며 “공개토론을 통하든 소송 등 법적절차를 통하든 빨리 이 의혹들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보톡스균주출처 논란, 메디톡스에게 독 되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보톡스균주출처 논란을 시작했다고 보는 의견이 있다.
메디톡스는 2013년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는데 임상3상을 아직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미국의사들이 엘러간과 메디톡스의 계약이 독과점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엘러간을 고소한 상태여서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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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
대웅제약은 4월 미국에서 임상3상을 마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보톡스업계의 후발주자였던 대웅제약이 해외진출에서는 국내 보톡스시장 점유율 1위인 메디톡스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생물학적 제제는 판매승인 과정에서 균주 기원, 유전체 염기서열 등 근거자료 제출이 당연시된다”며 “대웅제약같이 균주의 기원이 불분명할 경우 미국식품의약국 시판 허가 획득 시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대웅제약의 미국진출을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보톡스균주출처 논란이 메디톡스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논란으로 국내산 보톡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해외에서 허가받을 때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메디톡스도 해외허가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아니라 엘러간을 신경 써야 할 때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의사들은 엘러간이 가격경쟁력이 있는 메디톡스의 보톡스기술을 산 뒤 그대로 묵혀버림으로써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공장 미국품질관리기준(cGMP) 경험이 많이 없고 인력풀이 부족해 미국 임상시험이 늦어진 것“이라며 ”엘러간이 고의로 임상시험을 지연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메디톡스와 엘러간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