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바이오사이언스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기술수출에 물꼬를 트기 위한 담금질을 하고 있다.

천종식 대표이사는 회사의 3년 연속 적자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매각하면서까지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해놨다. 미국에서 진행하는 면역항암제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CJ바사 적자에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담금질, 천종식 연구개발 성과 주목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사진)가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4일 CJ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곧 미국에서 주력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인 CJRB-101 미국 임상 1/2상에 돌입한다.

CJRB-101은 비소세포폐암, 두경부 편평세포암종, 흑색종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경구용 면역항암제다. 국내와 미국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으로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천종식 대표는 6월 AI비전을 선포하며 2026년까지 기술수출 3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CJRB-101는 후보물질 가운데 임상 단계에서 가장 앞선 만큼 CJ바이오사이언스의 첫 기술수출 대상이 될 가능성도 가장 높기에 이번 임상이 더욱 중요하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있기에 그만큼 큰 기대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2년 CJ제일제당이 인수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과 기존 보유중인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해 설립된 CJ제일제당의 자회사다. 최근 3년 동안 매출은 40억 원에서 50억 원대를 벗어나지 못했고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영업손실을 300억 원 이상 냈다.

그럼에도 모회사인 CJ제일제당은 CJ바이오사이언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 이후 연구개발비도 2022년 189억 원에서 2023년 225억 원으로 늘었다.

천 대표는 2009년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을 창업했을 때부터 CJ바이오사이언스로 바뀐 지금까지 계속 대표이사 자리를 맡고 있다. 그는 신약 개발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2023년 선제적인 연구개발비 마련에도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CJ바이오사이언스의 이노플레이 건물을 임차해 쓰고 있었지만 2023년 331억 원에 건물을 사들이며 CJ바이오사이언스 자금 조달에  힘을 보탰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연구개발비 확충을 목적으로 실시한 496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약 240억 원을 출자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CJ바이오사이언스의 미래가치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며 “CJ바이오사이언스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역량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CJ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앞으로 지금과 같은 투자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물론 신약 개발은 긴 호흡이 필요하기에 성과가 단번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본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임상에 뛰어든 것도 오래 되지 않았다. CJRB-101도 2022년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과 CJ제일제당의 레드바이오 자원이 통합되면서 CJ제일제당에서 넘겨받은 마이크로바이옴 균주다.

천 대표는 CJ바이오사이언스가 상대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후발주자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효과 있는 균주를 찾고 다른 균주와 비교하는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체 개발한 ‘이지엠 플랫폼’을 이용하면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이지엠 플랫폼은 신약후보 및 바이오마커(생체 지표) 발굴에 활용된다. 임상의 모든 단계에서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CJ바이오사이언스는 설명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은 균주 데이터들을 가지고 있다”며 “해당 데이터들과 AI 기술 플랫폼을 결합해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전부 15개이다. 자체 개발한 후보물질 4건과 2023년 영국 마이크로바이옴기업 ‘4D파마’로부터 도입한 파이프라인 11개이다. 4D파마로부터 후보물질과 함께 균주 데이터들도 모두 인수하면서 CJ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 환자들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표는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과 함께 플랫폼 전체의 수출도 노리고 있다. 아직 세부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와 관련한 신사업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그동안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스위스 제약사 페링의 리바이오타와 미국 제약사 세레스의 보우스트 2개 뿐이라는 점 때문이다.
 
CJ바사 적자에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담금질, 천종식 연구개발 성과 주목

▲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기반 이지엠 플랫폼을 통해 임상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IR협의회도 보고서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아직 부재하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첫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인 보우스트는 2023년 6월 출시된 이후로 2023년 4분기에 1040만 달러, 하반기에 1960만 달러(약 25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긍정적 징조도 없지 않다. 올해 6월 세레스는 세계 최대 식품기업 스위스 네슬레의 헬스케어 부문 자회사 네슬레헬스사이언스에 보우스트의 모든 권리를 매각했다. 네슬레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인수한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나온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CJRB-101 미국 임상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내 임상을 마무리하고 2025년 상반기 주요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해당 물질이 단독요법으로도 좋은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로의 기술 수출을 위해 2023년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한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RB-101로 약 5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폐암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내부 데이터에 따라 임상 성공률이 높은 후보물질을 차례로 개발하겠다고 말한 상태다. 

한국IR협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상반기 예정된 CJRB-101의 임상 결과가 CJ바이오사이언스 신약 및 기업 가치 상승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주요 항암제와의 병용요법, 보조요법 등의 임상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의 항암 효능이 입증된다면 관련 연구 및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