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밸류업 시동, 주주환원·경영권 유지 ‘1석 2조’ 노린다

▲ LG와 LG전자가 2024년 4분기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자기주식 매입·소각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방안을 찾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오랫동안 정체돼 있던 LG의 성장성에서도 불을 지피겠다는 것이다.  

구 회장이 계획대로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성공한다면 기업가치 상승뿐만 아니라 모녀와의 상속분쟁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1석 2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LG그룹에 따르면 지주사 LG는 올해 4분기 안에 자기주식 활용 방안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다.

계열사인 LG전자도 4분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다.

LG 관계자는 “4분기에 발표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기존 발표하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구체적 밸류업 방안을 내놓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정부가 시동을 건 ‘밸류업 프로그램’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8월28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2025년부터 3년 동안 배당금을 25% 늘리고 자사주 약 4조 원을 매입해 일부를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주주는 향후 현대차 순이익의 35%를 돌려받게 된다.

포스코그룹과 KT&G도 올해 하반기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LG그룹은 그동안 일부 투자자들로부터 기업가치 제고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주사 LG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등의 주가가 지난 10년 동안 낮은 성장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LG의 지난 10년 주가를 살펴보면, 2014년 9월22일 6만9338원이었던 주가는 2024년 9월20일 종가 기준 8만4700원으로 상승했다. 10년 동안 약 22% 상승하는 데 그친 것이다.

LG전자의 10년 주가 상승률은 60%로, 연평균성장률(CAGR)은 4.8% 수준이다.

LG는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그동안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 정책, 풍부한 순현금 대비 낮은 주주 배당금, 보유 자산 대비 현저한 저평가로 주주들과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고 평가했다.
LG그룹 밸류업 시동, 주주환원·경영권 유지 ‘1석 2조’ 노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왼쪽)이 올해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AI에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 LG>

하지만 구광모 회장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LG그룹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지난해 ‘트리플 7(연평균성장률·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 7배)’을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올해부터 배당성향을 기존 순이익의 20% 이상에서 2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LG는 올해 2분기 말 자사주 5천억 원어치 매입을 마무하기도 했다.

4분기에는 자사주 610만 여주(지분율 3.88%)를 소각하거나, 추가 자사주 매입 등의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처럼 매년 자사주 1%를 매입·소각하는 정책과 비슷한 정기적 주주환원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보유한 순현금 1조4천억 원을 활용한 배당금 확대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주당 배당금이 2천 원이었지만, 매년 인상해 2023년에는 주당 31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LG의 기업가치 제고는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 안정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향후 LG그룹 오너가의 상속 재판이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확산된다면, 특수관계인이 아닌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광모 회장(지분율 15.95%), 국민연금공단(지분율 6.64%)에 이은 LG 3대 주주는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지분율 6.28%)다.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지분율 4.2%)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2.92%), 구연수씨(0.72%) 등 세 모녀의 LG 지분율은 7.84%다.

실체스터는 아직까지 LG를 대상으로 단기 내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환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LG가 조만간 내놓을 ‘밸류업 정책’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도 LG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2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현금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자사주 활용 방안뿐 아니라 다음 주주환원이 궁금해진다”며 “2분기 말 순현금이 다소 줄었지만, 배당·상표사용료·임대수익의 현금창출 능력에 이상이 없고, 주주환원과 성장투자 재원의 현금활용 포토폴리오는 구성하기 나름인데 어디에 중점을 두는 게 주주가치에 긍정적일지 회사도 모를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