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 3세 백인환·백인영 역할 분담, 사촌경영 시대에 지배구조 바뀔까

▲ 대원제약이 사촌경영 시대에 지배구조가 바뀔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원제약 오너3세의 역할이 점차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의 아들인 백인환 대원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아버지의 역할을 그대로 물려받아 경영을 총괄하는 반면 백승호 회장과 형제경영을 했던 백승열 대표이사 부회장의 아들인 백인영 상무는 신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대원제약은 백승호·백승열 오너2세 형제경영 체제에서 이들의 아들들인 백인환·백인영 오너3세 사촌경영 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데 사촌 사이의 역할 분담에 따라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백인영 상무가 화장품에 이어 건강기능식품 등 주요 자회사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사실상 대원제약의 신사업을 백 상무가 맡게 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백인영 상무는 1월 대원제약의 계열사인 화장품기업 에스디생명공학 사내이사에 오른 데 이어 최근 건강기능식품기업 대원헬스케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대원제약 3세 백인환·백인영 역할 분담, 사촌경영 시대에 지배구조 바뀔까

▲ 백인환 대원제약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백인환 대원제약 상무(오른쪽)의 역할이 나뉘면서 대원제약 지배구조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원제약이 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공격적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신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백 상무가 대원제약의 사업다각화 선봉에 서는 분위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백 상무의 역할이 대원제약의 신사업 전개 쪽으로 쏠리면서 대원제약의 경영 체제 변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원제약은 2008년부터 큰 잡음 없이 오너2세 형제인 백승호·백승열 형제경영 체제를 이어왔다. 

고 백부현 회장의 장남 백승호 회장이 경영과 영업을, 차남 백승열 부회장이 연구개발을 주도적으로 맡았다. 백승열 부회장이 백승호 회장보다 지분율이 높아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10년 넘게 이어진 백승호·백승열 각자대표이사 체제는 1월 막을 내렸다.

자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주식 증여를 기점으로 경영 구도가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2023년 7월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은 각각 장남인 백인환 사장과 백인영 상무에게 대원제약 주식 50만 주씩, 차남 백인성씨와 백인재씨에게 10만 주씩을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백승호 회장 지분은 12.57%에서 9.74%로, 백승열 부회장 지분은 14.31%에서 11.46%로 줄었다. 백인환 사장은 대원제약 지분율을 3.65%에서 5.87%로, 백인영 상무는 0.71%에서 2.95%로 늘렸다.  

이듬해 임원 정기 승진 인사에서는 백승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백인환 사장이 전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원제약 대표에 올랐고 백인영 이사는 상무로 승진했다.

백인환 사장은 현재 작은아버지인 백승열 부회장과 함께 대원제약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백 사장의 사촌동생인 백인영 상무는 대원제약의 뷰티 및 헬스케어사업 등 신사업을 전담하는 모양새다.
 
오너3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대원제약의 지배구조가 오너2세 때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다.

대원제약은 오너2세 형제경영 체제에서 의약품 중심의 사업을 펼쳤다. 장남이 경영을 총괄한다면 차남이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지만 의약품이라는 큰 틀에서 사업을 펼쳤기에 지배구조 변화의 필요성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너3세 경영체제에 속도가 붙으면서 대원제약의 지배구조가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원제약 3세 백인환·백인영 역할 분담, 사촌경영 시대에 지배구조 바뀔까

▲ 대원제약은 1월 임원 정기 승진 인사에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 시작을 알렸다. 


전문의약품 주력회사였던 대원제약은 2015년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으로 일반의약품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당시 마케팅본부에 몸담고 있었던 백인환 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원제약은 이에 그치지 않고 신사업에 손을 뻗었다.

2021년 건강기능식품사업 확장을 위해 극동에치팜(현 대원헬스케어) 지분 83.5%를 141억 원에 인수했다. 올해 초에는 화장품사업 진출을 위해 재무구조 악화로 회생절차를 밟은 에스디생명공학 지분 72.90%를 650억 원에 인수했다. 

대원제약의 움직임을 살펴볼 때 오너3세 시대의 지배구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의약품 중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십수년 넘게 이어온 형제의 공동경영 체제를 사촌경영 시대에 지속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미리 한 사람이 독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새 먹거리 사업에 투자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원제약이 의약품 사업보다 신사업에서 더 큰 매출을 거둘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다른 제약사들의 사례를 보면 뷰티나 헬스케어사업 등이 주된 현금창출원으로 올라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원제약이 수 년 안에 신사업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백인환 사장이 대원제약의 주력 사업부를 가져가고 백인영 상무가 신사업을 가져가는 지배구조의 변화가 가시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원제약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6천억 원 이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연결기준 역대 최다 매출인 5269억 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