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고문이 MBK에 경영권을 넘길 각오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에 반격을 가한 것이다.
실제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꾸준히 우군을 늘리며 최근 우호지분 포함 지분율이 장 고문 측을 앞질렀는데, 이번 공개매수로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됐다.
MBK-영풍 측에 자금력에서 밀리는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적 우군 확보 또는 백기사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다음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한다고 13일 공시했다.
공개매수 목표 수량은 발행주식 총수의 최소 약 6.98%(144만5036주), 최대 약 14.61%(302만4881주)다. 그 중 영풍이 담당하는 수량은 최대 1만 주에 그쳐, 사실상 MBK파트너스의 단독 공개매수다.
공개매수 가격은 전날 고려아연 종가보다 18.79% 높은 주당 66만 원이다. 공개매수 대금은 약 2조 원에 달한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합산 40.11%~47.74%가 된다.
현재 장 고문 측은 고려아연 지분 33.13%를, 최 회장 측은 지분 33.99%를 들고 있다. 다만 고려아연 자사주 2.39%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낮은 국민연금 지분 7.57%를 제외하면 실제 유동주식 비율은 22.92%로 계산된다.
이에 MBK-영풍 측은 6.9%의 지분을 추가로 획득하면 고려아연의 과반 지분 달성을 막을 수 있다.
다만 MBK와 영풍은 공개매수 응모 주식 수가 최소 목표 수량에 미치지 못하면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하지 않기로 했다.
또 MBK파트너스는 영풍 장씨 일가 측과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하고, 영풍 측 고려아연 보유 주식의 절반+1주에 대한 주식매도청구권(콜옵션)을 부여받는 등 약정을 통해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기로 했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MBK파트너스가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이번 공개매수의 성공 여부는 짙은 안개에 둘려싸여 있다. MBK파트너스의 6호 바이아웃 펀드는 8조 원 규모의 실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자금 조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려아연의 실제 유동주식이 23%에도 못미치는 만큼 공개매수가 최소 수량에 못미쳐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보다 20% 가까이 오른 66만6천 원으로, 공개매수 가격보다 6천 원 높게 장을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 격화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액주주 입장에서 공개매수에 응하기보다 시장에 내다파는 게 더 이익인 셈이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 매수 기대감에 단기간 내 강세가 예상된다"며 "공개 매수가 조정 가능성이 있어, 공개 매수가 이상에서도 주가가 유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최 회장 측이 MBK-영풍보다 더 높은 가격의 공개매수 등 어떤 방식으로든 6.05%의 지분을 추가로 획득하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공개 매수가 기준 약 6965억 원이 들어가는데, MBK파트너스와 비교해 자금력에서 밀리는 최 회장 측에 고려아연 주가 고공행진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최 회장은 우군을 통한 추가 지분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 측은 백기사를 통한 추가 지분매입이 유력하다"고 예측했다.
고려아연이 속한 영풍그룹은 1949년 창업주인 고 장병희 명예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할아버지 고 최기호 명예회장이 함께 설립했다.
3세 경영에 들어선 고려아연은 최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나,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는 여전히 장병희 명예회장의 아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이끄는 영풍이다.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율에서도 장 고문 측이 앞서왔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2022년부터 한화, LG화학 등과 자사주 맞교환 방식으로, 현대자동차 그룹과는 해외 법인을 통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우군을 확보하며 지분율을 추월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