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의 협력에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롯데웰푸드의 대표 제품인 빼빼로를 글로벌에서 연 매출 1조 원을 내는 '메가브랜드'로 육성하라고 주문하며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의 협업을 강조했다.
 
롯데 빼빼로 육성 ‘특명’받은 이영구, 한일 식품 계열사 협력에 가교 놓는다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을 고민하고 있다. 2022년 7월5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롯데제과 및 롯데푸드 통합법인 출범식에서 이영구 당시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이 부회장이 한국 롯데 식품 계열사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일본 식품 계열사와 소통을 확대하면서 보폭 역시 자연스럽게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롯데그룹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이영구 부회장의 하반기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 사이의 협력 확대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가 꼽힌다.

롯데그룹은 롯데웰푸드 등 식품 계열사를 통해 해외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최근 행보에서도 이러한 롯데그룹의 방향성이 드러난다.

신 회장은 3일 폴란드에서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사 경영진이 모여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가 협력해 연 매출 1조 원의 글로벌 메가브랜드 제품으로 키우기 위해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이 발언은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의 수뇌부가 한 자리에 모인 흔치 않은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동안 국내 계열사 사이의 협업을 강조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국과 일본 계열사들이 서로 힘을 합쳐 성과를 내달라고 주문한 적은 없었다.

이영구 부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신 회장의 발언은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는 신 회장이 유럽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직접 대동한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 경영진 가운데 사실상 최고참이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롯데그룹의 식품계열사를 총괄하는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를 4년째 맡고 있다. 롯데웰푸드 대표이사라는 적을 둔 채 롯데칠성음료와 롯데GRS 등 롯데그룹의 주요 식품 계열사의 경영을 총괄하며 시너지 전략을 만드는 것이 그의 주된 임무다.

그는 식품군HQ를 총괄하면서 실제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으며 현재는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의 합병 카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알려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급부상한 과제는 단연 신 회장이 주문한 빼빼로의 글로벌 메가브랜드 육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빼빼로가 지난해 국내외에서 낸 매출은 2천억 원 수준이다. 신 회장이 주문한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판을 까는 것이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현재 일본 롯데 계열사는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과 별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일본 롯데 계열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의 임원진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의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모일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의 발언이 한국과 일본 롯데 사이의 협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관측된다.

롯데그룹은 현재 기업형 벤처캐피탈 롯데벤처스를 통해 일본 법인인 롯데벤처스재팬 산하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식품 계열사 사이의 직접적 협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빼빼로의 육성을 시작으로 식품 부문에서의 교류와 협업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2035년까지 빼빼로를 글로벌 톱10, 아시아 최고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일 롯데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신규 시장 개척, 해외 시장에서의 공동 마케팅, 유통망 효율화, 신제품 개발 시 한일 계열사 협력 강화 등이 있다.

신규 시장 개척에서 한일 롯데 식품 계열사가 협력한다면 단기간에 성과를 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는 진출한 국가와 각 진출 국가에서 거둔 성과도 상이하다. 협업을 통해 서로 특화된 국가에서의 경쟁력을 공유하고 시장 확장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회장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합병을 통해 롯데제과가 보유한 글로벌 현지법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내수중심의 롯데푸드를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 롯데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롯데웰푸드의 제품을 신규 국가에 선보일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판단된다.

이 부회장은 이미 ZBB 프로젝트를 통해 초콜릿 제품 ‘가나’를 핵심 제품군으로 선정하고 메가브랜드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ZBB는 예산 편성시 전년도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비용 효율화 경영기법이다. 

당시 비용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빼빼로 육성과 목적은 다소 다를 수 있으나 브랜드 집중 육성에 대한 경험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빼빼로 육성 ‘특명’받은 이영구, 한일 식품 계열사 협력에 가교 놓는다

신동빈(가운데) 롯데그룹 회장이 식품계열사 롯데웰푸드가 2008년 인수한 세계 3대 초콜릿 브랜드 길리안의 벨기에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롯데그룹>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웰푸드 자체적으로도 빼빼로를 중심으로 미국 등의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구체적 계획은 점점 발전시켜나가야겠지만 일본 롯데가 특화된 국가와 롯데웰푸드가 특화된 국가가 다르므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한 단계이므로 앞으로 국내 브랜드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지켜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내년 3월 식품군HQ 총괄대표와 롯데웰푸드 대표이사로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사실상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인 셈이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을 통해 조직 내부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올해 조직 외부적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경영역량을 내부에 증명해야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큰 시기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에서 오래 일한 정통 롯데맨이다. 1962년생으로 중대부속고등학교와 숭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했다.

롯데알미늄과 롯데정책본부 경영개선실을 거쳐 다시 롯데칠성음료에서 음료부문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롯데칠성음료 음료BG(비즈니스그룹) 대표를 맡다가 롯데칠성음료 통합대표이사에 선임됐고 이후 롯데그룹 식품BU(비즈니스유닛)장과 롯데제과 대표이사를 맡았다. 

2021년 조직이 개편되면서 식품군HQ 총괄대표로 선임됐으며 2024년 롯데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