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지배구조 중앙회 입김 줄어들까, 내부규범 개정 독립성 강화에 방점

▲ NH농협금융지주가 1일부터 새로운 지배구조내부규범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추위에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다소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NH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에서 농협중앙회 입김이 줄어들 가능성이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는데 사외이사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을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에서 농협중앙회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1일부터 개정된 새로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적용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가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개정한 것은 2021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새로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보면 이사회 내 위원회인 임추위에서 농협중앙회 측 인사로 여겨지는 비상임이사의 역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새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는 ‘임추위는 5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다만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 할 때에는 비상임이사를 제외하고 구성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들어갔다.

비상임이사는 주로 조합장 출신이 맡아 중앙회 몫으로 여겨진다. 현재 농협금융지주 비상임이사도 박흥식 광주 비아농협 조합장이 맡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2명, 비상임이사 1명, 사외이사 7명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 비상임이사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중앙회의 영향력이 제한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임추위 자체에서 비상임이사가 제외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졌다.

기존 내부규정은 ‘임추위는 3명 이상의 사외이사, 2명 이내의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로 구성한다. 다만 회장은 제외한다’고 돼 있어 사실상 비상임이사가 임추위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새로운 내부규정에서는 저 문구가 사라져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가 임추위에 포함되지 않아도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즉 비상임이사와 사내이사가 빠지고 전원 사외이사로 임추위가 구성돼도 규정 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향후 계열사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에서 지주 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번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면서 임추위 구성 관련 조항에서 ‘회장은 제외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규범만 놓고 보면 지주 회장이 임추위 위원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현재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지주 회장이 계열사 대표 선임에 관여하지 못하는 곳은 농협금융이 유일하다.

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모두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를 나눠 운영하고 지주 회장이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에 속해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에 직접 관여한다.

다만 단기간 내에 지주 회장이 임추위 위원에 합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에 임추위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 등으로 세분화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임추위를 세분화하거나 지주 회장은 회장후보 추천 시 제외된다는 내용이 명문화하기 전에는 지주회장이 임추위에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중앙회 입김 줄어들까, 내부규범 개정 독립성 강화에 방점

▲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 3번째)이 2023년 3월3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금융위원회>


농협금융지주가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통해 독립성 강화에 힘을 준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발생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다고 바라보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왔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 인사와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는 구조에 따라 충분한 금융 전문성을 갖춘 최고경영자가 선임되지 못해 내부통제 빈틈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불거진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의 갈등은 같은 맥락에서 금융당국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금융당국은 5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했다.

당시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지배구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점이 지주회사법·은행법 등 관련 법규와 지배구조법상 문제가 없는지 살피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지배구조 문제를 정조준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금융당국 등 기관 요구에 맞춰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