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전자가 앞다퉈 접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특허를 출원하며 출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접는 스마트폰을 이른 시일 안에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은 낮을 수도 있다.
오히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하드웨어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접는 스마트폰을 먼저 선보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소프트웨어 등 차별화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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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
CBS뉴스는 3일 “애플이 미국 특허청에 접는 형태의 모바일기기 디자인특허를 출원했다”며 “오래전부터 출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을 지속해오던 제품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내놓은 특허는 대화면을 탑재한 기기를 반으로 접어 휴대성을 높일 수 있는 제품과 관련돼 있다. 접으면 스마트폰, 펴면 태블릿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된다.
삼성전자도 이미 비슷한 특허를 여러 개 출원한 상태고 중국 레노버의 경우 최근 열린 개발자회의에서 이런 형태를 실제로 구현한 모바일기기 시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접는 형태의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실제 사용경험을 높일 수 있는지를 놓고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전문매체 씨넷도 “애플은 다양한 실험적 디자인특허를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출시되는 제품은 10%에 미치지 않는다”며 “애플의 접는 형태 제품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선두업체가 접는 형태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이를 글로벌 제조사들보다 앞서 공개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지 않은 제품을 내놓아 브랜드 이미지에 오히려 타격을 받거나 검증되지 않은 제품으로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할 수 있어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상반기에 모듈식 디자인을 적용한 G5를 출시해 호평받았지만 생산수율과 모듈의 활용성 등에 비판을 받으며 판매부진을 겪은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접는 스마트폰의 경우 실제 휴대성을 경쟁력있는 수준으로 높이려면 제품을 더 얇고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기판 등 기존에 사용되던 부품도 새로 개발해 탑재해야 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하드웨어 완성도와 품질검증절차를 대폭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접는 스마트폰과 같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애플도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만을 출시한다는 원칙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어 접는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시기가 경쟁업체들보다 늦을 공산이 크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더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신기술을 탑재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접는 스마트폰 출시도 더 앞설 가능성이 높다.
레노버와 오포는 이미 접는 형태 스마트폰 시제품을 공개하며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증명했다. 레노버의 경우 종이처럼 말아서 휴대할 수 있는 제품도 만들어 선보였다.
샤오미가 판매를 앞둔 ‘미믹스’의 경우 제품 앞면에 공백을 거의 없애고 화면으로 전체를 채워 스마트폰시장에서 하드웨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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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노버가 공개한 접는 태블릿과 휘는 스마트폰 (왼쪽)와 샤오미 스마트폰 신제품 '미믹스'. |
그동안 애플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신제품에서 하드웨어 혁신을 강조하며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왔는데 앞으로 중국업체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중국업체와 하드웨어를 놓고 맞대결을 하기보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등 차별화 요소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애플은 아이폰 소프트웨어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르면 내년 갤럭시S8부터 인공지능서비스 ‘빅스비’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최근 인공지능기업 비브랩스를 인수해 확보한 기술을 활용한 음성인식기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애플의 ‘시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동작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자에 최고의 스마트폰 사용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면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찾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의미있는 혁신’을 목표로 두고 연구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