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다수의 반도체 장비를 사들이며 글로벌 시장에 저가 경쟁과 공급 과잉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중국 SMIC 반도체 생산공장 전경.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규제에 선제대응해 대량의 장비를 사들이며 생산 투자를 서둘러 전 세계에 공급 과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덤핑’으로 가격 경쟁을 유도해 시장을 뒤흔든 사례가 반도체 분야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CNBC는 5일 “중국의 반도체 장비 사재기가 전 세계에 등장하는 새로운 공급 과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단기간에 반도체 생산을 크게 늘려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CNBC는 상반기 중국에서 구매한 반도체 장비 금액이 247억3천만 달러(약 33조 원)에 이른다는 점을 근거로 이러한 전망을 내놓았다.
주요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과 대만, 북미와 일본의 장비 구매 금액을 모두 합쳐도 236억8천만 달러로 중국에 미치지 못 한다.
반도체 조사기관 SEMI는 CNBC에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재고 축적은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SEMI는 중국 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구형(레거시) 반도체 생산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전 세계에 공급 과잉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시장에서 발생했던 중국산 제품 덤핑 사례가 반도체 시장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이러한 산업 분야에서 생산 능력을 빠르게 키웠다. 곧 내수 시장에서 심각한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이 벌어지자 해외 수출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결국 전 세계 전기차와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따른 여파가 확산되며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어났다.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 이른 시일에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국가의 규제로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첨단 장비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서둘러 구형 반도체 장비 재고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규제가 구형 반도체 장비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SEMI는 이런 상황에도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미국 정부가 주도한 대중국 규제가 중국의 고사양 반도체 기술 개발과 생산을 저해하는 데는 충분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SEMI는 “중국은 고사양 반도체 제조 방법을 알아내려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중국이 반도체 산업 성장에 큰 악재를 맞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