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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8일 오후 대사 신임장 수여를 위해 청와대 인왕실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은 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만들었을까?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박 대통령이 재단설립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미르의 인사에도 직접 관여할 정도로 재단에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검찰에 따르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모금대상 기업들과 접촉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은 최씨와 직접 연락을 한 적이 없고 박 대통령이 지시를 하면 밑에 직원을 통해 기업 쪽에 모금 등에 대해 얘기한 게 전부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안 전 수석의 말대로라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심부름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한겨레'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총장은 인터뷰에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안 전 수석이 전화를 해 ‘대통령의 뜻’이라며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의 정현식 전 사무총장도 인터뷰에서 “안 전 수석이 ‘VIP 관심사항’이라면서 나한테 재단 운영과 관련한 여러 얘기를 하곤 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 VIP란 통상 대통령을 지칭한다.
이런 말들을 모아 보면 박 대통령이 재단의 설립은 물론 이후 운영과 인사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10월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두 재단과 관련해 “재계 주도로 설립된 재단들”이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재단의 설립과 운영 등을 주도했다면 박 대통령이 왜 두 재단을 만들었는지 더욱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퇴임 후 대비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재단 운영 등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저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선진국 도약의 두 축으로 설정했다”며 “과거 산업화시대처럼 관 주도로 할 수는 없고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비춰볼 때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두 재단을 기반으로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정치인이 되기 전에 재단과 유사한 사단법인에서 활동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
박 대통령은 1982년부터 1991년까지 육영재단 이사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대학교 이사 및 이사장을 역임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박 대통령이 총재를 맡았던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도 재단법인과 유사한 형태인 사단법인 형태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친숙한 형태의 재단을 만들어 퇴임 뒤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의 생각이 아니더라도 최순실씨가 이런 생각을 불어넣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재단을 통해 퇴임 후 평창동계올림픽 관련한 활동을 계획했을 수도 있다. 최순실씨가 펼치고자 했던 스포츠사업과 문화사업이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관이 높은 점도 이런 관측을 하도록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