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담당 헤드헌터들 “기업은 산업 이해도가 높은 융합형 인재를 원한다”

▲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인공지능 담당 컨설턴트인 커리어케어 인사이트본부 D&I팀장 유정록 전무(가운데), 파이낸스본부 F&C팀장 정만권 상무(오른쪽), 헬스케어본부 H&D팀장 이승연 상무(왼쪽)가 4일 좌담회를 열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연구원이 국내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AI 기술 활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이 경영활동에 AI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실제 활용률은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AI 기술 활용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실제 활용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기술 및 IT 인프라 부족’이었다. 기업 내부에 AI를 활용할 기술력이 약하고 뒷받침할 인프라도 부족한 것이다.

기업이 경영활동에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려면 이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앞다투어 AI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는 얻지 못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4일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AI 담당 컨설턴트들과 AI인재 시장에 관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커리어케어 인사이트본부 D&I팀장 유정록 전무, 파이낸스본부 F&C팀장 정만권 상무, 헬스케어본부 H&D팀장 이승연 상무가 참여했다. 좌담의 내용을 두 번에 나눠 싣는다.

◆ 물류에서 챗봇까지, 산업별 AI 활용 현황 살펴보니

△유정록 전무- 제조회사들은 불량률을 줄이고 설비의 고장을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생산을 최적화하고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물류회사들은 데이터를 다양한 환경에 넣고 분석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물류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또, 이커머스회사들은 상품을 분류하거나 소비자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상품을 분석해 추천하는데 주로 활용하고 있다. 몇몇 대기업들은 회귀 분석 시뮬레이션 툴을 활용해 그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AI의 분석 결과를 참고하고 있다. 

△정만권 상무- 금융에서 AI를 가장 오래, 그리고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분야는 챗봇 서비스다. 기존에 오프라인 상담사가 하던 상품 설명이나 고객 응대를 챗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 정보제공 수준이었지만 최근 들어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재작년부터 챗봇 기능 고도화로 인해 은행과 증권회사들의 AI 인재 추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연 상무- 헬스케어회사들은 AI 도입으로 윤리적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하다 보니 활용시기가 늦어졌다.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이 안정성을 비롯한 여러 문제와 결부돼 있어 조심스러워 한다. 하지만 앞으로 활용도가 가장 높은 분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의료 영상 기업들이 AI에 투자하면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제약회사들도 신약 개발에 AI를 도입해 임상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이 때문에 AI 인재 채용이 늘었고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 기업에서 원하는 AI인재는

△유정록 전무- 과거에는 AI관련 툴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툴을 활용해 얻은 분석을 산업 트렌드와 접목시킬 줄 아는 융합형 인재를 원한다. 예를 들어 챗GPT로 같은 정보를 검색해도 질문을 입력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받게 된다. 이처럼 AI에게 명령하는 프롬프트를 정확히 입력해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AI에게 정확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현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갖고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AI에 쓰이는 기술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정만권 상무- 금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챗봇을 예로 들면 그동안 고객이 입력하는 질문에 대해 원하는 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하는 인재를 찾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 분야에 경험이 많은 사람을 원하고 있다. AI역량이 뛰어나지만 금융 분야에 지식과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AI역량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금융 분야에서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다. 금융의 경우 고객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실수가 있으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금융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해야 한다. 토씨 하나, 문구 하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동시에 이해하고 있는, 그래서 앞서 말한 융합형 인재를 원한다. 

△이승연 상무- 헬스케어 기업들은 여전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찾고 있고 전체 데이터를 토대로 머신러닝 모델을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의료분야의 기업들은 신약 개발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인재를, 테크놀로지기업은 의료 영상 분석이 가능한 인재를 원한다. AI가 뒤늦게 도입되다 보니 헬스케어 기업들도 해당 분야 경험을 지닌 인재를 많이 찾고 있다. 

◆ 인재 발굴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정만권 상무- AI를 잘 활용하려면 기존의 데이터를 가지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좋은 답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데이터가 축적된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권 국가가 유리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일정 수준 AI 관련 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대략 100만 달러(약 13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해도 많이 받아야 2억 원 정도라 5~6배 차이가 난다. 게다가 같은 기술을 적용해도 한글로 만들 때보다 영어로 만들 때 훨씬 더 풍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값이면 해외에서 역량을 펼치고 싶어 한다. 이처럼 처우를 포함해 업무 환경에서 차이가 커 인재들이 해외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유정록 전무- 제조업의 경우 생산기술 관련 인재들이 적지 않다. 생산최적화, 설비예지보전, 품질개선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해당 분야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부분은 과거에 통계학적으로 접근했던 6시그마와 그 괘를 같이 한다. 반면 그 외의 부분으로 확장해서 보면, 설계와 개발, SCM은 아직 경험이 부족해 보인다. 많은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본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어떤 경우에 어떻게 활용할지 가늠하기도 어렵고 산학 협력과정도 아직은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험이 풍부한 인재가 배출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몇몇 대기업은 몇 년 전부터 미국 명문 대학교 석박사학위 취득자들을 졸업과 동시에 채용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도 실리콘밸리에서 자리를 잡은 졸업생들이 많았다. 국내 기업이 AI인재 채용이나 발굴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10년 정도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승연 상무- 헬스케어 기업은 해당 분야에 경험이 있는 AI 개발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헤드헌팅회사에 인재발굴을 요청한다. 해외에서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헤드헌터들에게 의료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AI에 대한 경험이 있는 인재를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해외에서 AI 경험이 있는 인재를 영입하고 기업 내에서 이들을 키워내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