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중국 의존 ‘역풍’에 독일 안방도 흔들, 현대차에 추격 기회 열려

▲ 폴크스바겐이 안방인 독일에서 흔들리면서 현대차에게 기회가 왔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자동차 판매 세계 2위 업체인 폴크스바겐이 본진 독일에서 차량 제조 공장과 부품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전기차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세계 3위 현대자동차그룹은 특정 국가에 판매 의존도가 덜하고 전기차나 수소차 등 차세대 성장 동력도 단단해 폴크스바겐를 추격할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1937년 기업이 설립된 이래 안방 독일에서 공장을 폐쇄한 적이 없었으나 최근 볼프스부르크나 브라운슈바이크 등 독일 6곳 공장 가운데 하나를 닫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폴스크바겐이 공장을 폐쇄했던 것은 36년 전인 198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공장이 마지막이다.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실행에 옮긴다면 최근 폴스크바겐의 어려운 사업 여건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리버 블룸 폴크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를 통해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검토하려는 이유로 “경기 악화와 유럽 시장에 경쟁사 진입”을 꼽았다.

이런 블룸 CEO의 발언으로 볼 때 공장 폐쇄가 수익성 악화에 따라 공격적으로 재무 현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계획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가량 수준으로 떨어진 2.3%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익성 회복을 위해 과감한 비용 절감 결정이 필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폴크스바겐 그룹의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1400만 대인데 지난해 실제 생산 대수는 900만 대로 추산된다. 공장 폐쇄는 자연스러운 수순인 셈인데 추가 폐쇄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폴크스바겐 아래 고급차 브랜드인 아우디에서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전기차 공장 폐쇄 안건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크스바겐이 이렇게 고전하는 배경으로는 이 회사의 최대 시장인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연간 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중국 한 국가에서 벌어들인다. 

그러나 중국의 친환경차 전환이 빨라지고 BYD 같은 현지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서 약진하며 폴크스바겐 같은 해외업체의 어려움이 커졌다.
 
폴크스바겐 중국 의존 ‘역풍’에 독일 안방도 흔들, 현대차에 추격 기회 열려

▲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8월28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CEO 투자자의 날 행사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완성차 판매 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전기차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점도 폴스크바겐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는 “폴크스바겐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경쟁사들과 비교해 전기차 모델 다양성이 한참 뒤처져 있다”라고 평가했다.  

핵심 시장 중국에서 이런 고전의 여파가 결국 ‘본진’인 독일에서 공장 폐쇄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까지 마주하게 된 것이다.

토요타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2위인 폴크스바겐은 당분간 보수적 사업 기조로 선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판매 3위로 폴크스바겐을 뒤쫓고 있는데 바짝 추격할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 차량에서 소형에서 대형까지 탄탄한 라인업에 더해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까지 다양한 차종에서 종합적으로 성과를 내며 수요 둔화와 경기 악화에도 선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폴크스바겐 그룹의 상반기 기준 판매량 격차는 1년 사이에 크게 줄었다. 

두 기업의 2024년 상반기 전 세계 완성차 판매량 격차는 73만2천 대다. 2023년 같은 기간의 79만1천 대와 비교해 차이가 6만여 대 가량 좁혀졌다. 

폴크스바겐이 독일 공장을 닫는다면 두 기업 사이에 격차는 더욱 빠르게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가 미국이나 인도와 같은 여러 대형 시장에서 고르게 판매 분포를 보인다는 점도 폴크스바겐과 비교해 강점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 여러 국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판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만큼 폴크스바겐과 같은 수익성 하락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성장 잠재력이 큰 거대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작년에 합산 58만7111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2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가져갔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같은 기간 인도에서 2% 남짓한 점유율에 머물렀다.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1은 주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2023년 세계 지역별 판매 비중을 다룬 기사를 통해 “현대차 판매 비중은 상당히 고르게 분포해 있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현대차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및 수소차를 비롯한 다양한 차세대 모빌리티로 성장 동력을 갖추고 세계 국가들에서 고른 판매 기조를 유지한다면 당분간 부진이 예상되는 폴크스바겐을 빠르게 추격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토마스 셰퍼 폴크스바겐 브랜드 CEO는 공식 성명을 통해 “폴크스바겐은 매우 긴박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웬만한 비용 절감 노력으로는 풀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
 
폴크스바겐 중국 의존 ‘역풍’에 독일 안방도 흔들, 현대차에 추격 기회 열려

▲ 폴크스바겐이 본거지인 독일에서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니더작센주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그룹 본사 사옥의 기업 로고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