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김다슬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이 주요 철강 생산국가들의 고로-전로 공정 균등화 철강 원가(LCOS)와 그린수소환원제철 균등화 철강 원가를 비교한 표를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을 제외한 모든 주요 철강 생산국들은 그린수소 가격이 1킬로그램당 1달러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고로-전기로 공정 대비 그린수소환원제철 생산 단가가 더 저렴해집니다."
국내 기후단체 기후솔루션 철강팀의 김다슬 연구원은 3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진행한 '세계 7대 철강 생산국가들의 그린수소환원제철 기술 경제성 평가 보고서' 관련 미디어브리핑에서 "한국의 수소환원제철 경제성이 가장 떨어진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이를 놓고 김다슬 연구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라며 "부족한 국내의 재생에너지 환경이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환원제철이란 철강을 생산할 때 코크스를 활용하는 고로나 전기로 방식와 달리 수소와 전기를 활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공정을 말한다.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탄소 집약도가 비약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만든 그린수소를 전량 활용하면 그린수소환원제철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세계 주요 철강업체들은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포스코가 '하이렉스(Hyrex)'라는 이름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번 기후솔루션의 보고서에는 미국 연구단체 이피션시 인텔리전스, 트랜지션 아시아 홍콩, 트랜지션 아시아 노르웨이가 함께 했다. 연구진은 고로-전기로 방식으로 생산된 철강과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생산될 철강의 ‘균등화 철강 원가(LCOS)’를 산정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균등화 철강 원가는 연간 선철 1톤을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수치화해 나타낸 값이다. 설비의 기대 수명 전체에 걸친 최초 설비투자 비용과 운영비용을 분산시켜 미래 비용을 현재 가치 기준으로 변환하는 평가 방법을 적용했다.
즉 재료부터 생산 설비 건설과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모두 반영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LCOS 산정 기간을 20년으로 잡았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국가들은 중국, 일본, 한국, 미국, 유럽연합, 브라질, 호주였다. 호주는 철강 생산량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많지 않으나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국이라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로-전기로 공정 생산 단가가 668달러(약 89만 원)로 가장 높은 유럽연합도 수소 1킬로그램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수소환원제철 생산 단가가 607달러(약 81만 원)로 하락해 수소환원제철 경제성이 기존 방식보다 좋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은 수소 가격이 1달러 이하가 돼도 수소환원제철 생산 단가가 621달러(약 83만 원)로 고로-전로 공정 생산 단가 605달러(약 81만 원)를 웃돌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철강산업이 수소환원제철로 완전히 전환하기에는 재생에너지 공급량 부족하고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가격 자체도 너무 비싸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철강 생산 단가에 탄소 배출권 가격을 포함시킨다면 한국 수소환원제철의 경제성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가별 수소 가격에 따른 수소환원제철 생산 단가를 비교한 그래프. 회색은 고로-전로 공정 생산단가, 주황색은 천연가스환원제철 단가, 짙은 녹색은 수소 가격이 1킬로그램 당 5달러인 상황을 가정한 수소환원제철 단가, 녹색은 수소가 3달러인 상황을 가정한 수소환원제철 단가, 옅은 녹색은 수소가 1달러인 상황을 가정한 수소환원제철 단가다. 한국을 제외하면 모든 국가가 수소 가격이 1달러까지 떨어지면 고로-전로 공정보다 수소환원제철이 경제성이 높아진다. <기후솔루션> |
한국은 배출권 거래제 시행국으로 철강과 같은 고배출 산업은 제품을 생산하려면 반드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배출권 가격이 너무 싼 편이고 현재 철강산업에는 전량 무상할당하고 있다.
김다슬 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는 배출권 거래제가 유상할당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가정했다”며 "탄소배출권 가격이 1톤당 15달러(약 2만 원)를 넘으면 수소 비용이 1킬로그램당 1달러까지 내려왔을 때 한국도 수소환원제철 비용이 고로-전로 공정보다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수소환원제철 도입으로 철강산업이 탄소 배출량을 줄인 것만큼 차액을 배출권 수익으로 얻을 수 있으면 고로-전기로와 비교해 경제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에서는 이에 2026년부터 시행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시행 기간에는 철강산업을 대상으로 무상할당 배출권을 유상할당으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지금 정부는 철강 산업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무상할당을 시행하고 있는데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때문에라도 무상할당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유럽연합에 내야 할 관세를 탄소배출권 유상할당을 통해 국내로 끌어와 그 비용을 다시 국내 기업들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 유럽연합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품목에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 배출권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사실상 관세 제도다.
생산국가가 다른 나라에서 배출권 비용을 지불했다면 그만큼 차감을 해주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하지만 한국 배출권 가격은 올해 약 8천 원 선에 머물고 있어 2일 기준 약 70유로(약 10만 원)인 유럽연합 배출권 가격과 격차가 크다.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되면 한국 수출 기업들은 유럽연합에 추가로 관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기후솔루션이 제안한 개정 시나리오에 따른 분석 결과 2040년까지 누적 289조원에서 621조 원에 달하는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며 “2030년에는 대략 5만8천 원에서 8만5천 원 정도에 배출권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69조에 따르면 배출권 유상할당에 따른 수입은 기후대응기금으로 운용된다. 친환경 탈탄소 기술로 분류되는 수소환원제철 연구 개발에도 재투자가 가능하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 정부가 수소환원제철에 주는 지원금은 약 188억 원으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데 수소환원제철 전환에는 2050년까지 약 4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이 기업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