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이 길어지면서 대체인력의 업무미숙이 대형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과 노조는 협상을 요구하지만 정부여당은 불법파업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이 2일로 37일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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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3시 34분경 분당선 왕십리행 열차가 1시간 10분 동안 멈춰서자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뉴시스> |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출근 대상자 1만8366명 가운데 39.7%인 7286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파업이 한달을 훌쩍 넘기면서 열차 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불안도 커지고 있다. 파업을 포함한 모든 현안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묻히면서 대책마련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연구위원은 “열차 운전은 경험과 숙련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가뜩이나 미숙한 대체인력들이 피로도가 쌓여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돼 이 사태를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형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는 운행률을 높이기 위해 비조합원과 철도업무 관련 대학생, 국방부로부터 지원받는 군 병력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 있다. 특히 군인 1만6천 명가량이 전동차 기관사, 차장, 통제관 등으로 투입됐다.
하지만 최근 철도와 관련해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체인력과 정비부족이 원인으로 제기된다.
10월22일 서울 왕십리역과 서울숲역 사이에서 분당선 열차가 갑자기 멈추면서 승객 150명이 열차 안에서 1시간10분 동안 갇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코레일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동력장치 고장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사고현황 자료’를 보면 대체투입된 군 소속 기관사의 미숙함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은 자료에서 “신호정지로 정차한 뒤 제동체결 상태에서 견인취급을 장시간 유지했기 때문에 전력회로 보호 장치가 동작하면서 주변환장치가 차단됐다”고 밝혔다. 간단히 말해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를 함께 밟아 전원이 차단됐다는 뜻이다.
대체기관사의 미숙한 후속대처도 문제가 됐다. 자료를 보면 기관사는 전원이 차단된 뒤에도 엉뚱한 장치를 만져 열차가 아예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10월17일 종로3가역에서 1시간30분 동안 열차 운행이 중단된 사고에 대해서도 코레일은 “대체인력이 ‘출입문 닫힘’ 표시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긴급상황에서 응급조치도 미흡했다”고 적었다.
10월4일과 10월11일 전라선과 서울 1호선 열차에서도 각각 사고가 있었는데 코레일 자료는 “속도초과 등 대체 기관사의 운전취급 불량이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정한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국민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출퇴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코레일은 대체인력 투입을 중단하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흥수 연구위원도 “야3당이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철도파업을 해결하자는 입장을 내놨다“며 ”여당이 민생을 위한다면 이에 화답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인호 임종성 더민주 의원,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0월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와 국토교통부, 철도공사, 철도노조의 4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와 새누리당은 불법파업에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불법파업에 원칙대로 대응하고 안전을 확보하면서 비상수송대책을 수행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