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선도업체 테슬라가 세계 전기차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는 가운데에도 공격적 투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유럽과 북미 등 세계 시장에 맞춘 유연한 전기차 전략을 펼치며 테슬라 추격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에 테슬라 판매 주춤은 기회, 정의선 유럽 미국 맞춤형 공략 본격화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기차에서 테슬라 추격을 본격화한다.


27일 유럽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수년 동안 지속 성장세를 보이며, 유럽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켜온 테슬라 판매 기세가 올해 들어 꺾이고 있다.

지난달 테슬라는 유럽에서 전기차 1만4561대를 판매해 1만4869대를 판맴한 BMW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어 3위 폭스바겐(1만2213대), 4위 볼보(1만533대), 5위 폭스바겐의 고급브랜드 아우디(8618대)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6292대, 기아 6034대 등 합산 1만2326대 팔아 테슬라와 2200여 대의 격차를 보였다.

앞서 올 상반기 테슬라는 유럽에서 전기차 총 16만16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18만5200대)에 비해 판매량이 12.7% 감소했다.

자토 다이내믹스의 애널리스트 펠리페 무뇨스는 "(테슬라 판매 감소는) 미국에서 본 것과 매우 유사한 현상"이라며 그 배경으로 테슬라 전기차 라인업의 노후화, 경쟁 브랜드 성장, 중국 전기차 부상으로 인한 가격인하 무력화 등을 꼽았다.

테슬라는 올 상반기 '안방' 미국에서 30만4451대를 팔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9.6% 뒷걸음쳤다. 반면 현대차, 기아, 포드 등 2위 그룹을 형성한 브랜드들은 각각 전년 대비 현지 전기차 판매량을 34.3%, 103.7%, 71.8% 늘렸다.

미국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올해 1~7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기록하며 테슬라(50.8%)에 이어 현지 전기차 판매 2위에 올랐다. 3위는 포드(7.4%), 4위는 GM(6.3%)이었다.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2년 70%대, 지난해 60%, 올해 들어 7월까지 50% 초반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올 2분기엔 49.7%로 50%선이 무너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하반기부터 각각 브랜드 전기차 역량을 쏟아부은 신차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고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현지 소비자 선호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펼쳐 전기차 판매 확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기아는 소형 전기 SUV EV3를,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유럽에 출시한다.

유럽은 중세부터 도시가 발전하면서 도로와 주차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데다 실용적 소비성향이 강해 전통적으로 소형차 인기가 높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달 유럽 전기차 판매 '톱10'을 보면 중형급인 테슬라 모델Y(4위|)와 모델3(7위)를 제외하면 소형차 7종, 준중형 해치백 1종이 순위를 독식했다.

더욱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세계  전기차 시장을 덮친 가운데 올해 들어 유럽 일부 국가 전기차 보조금 수혜가 줄어들면서 작고 값싼 전기차 수요가 더 늘어난 상황이다.

EV3는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하는 높은 가격과 충전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혁신적 제품을 만들겠다는 기아의 기조 아래 제작된 브랜드 첫 전기차 대중화 모델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하고 동급인 니로EV보다 100km나 늘린 501km(롱레인지 모델 기준)의 1회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유럽 기준(WLTP) 주행거리는 600km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국내 기준 판매가격은 니로 EV보다 400만 원 이상 싸다.

캐스퍼 일렉트릭 역시 현대차가 전기차 대중화시대를 열기 위해 최근 내놓은 브랜드 엔트리(진입) 전기차 모델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내연기관차 모델보다 전장을 25cm 늘리고,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유럽 기준 35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국내 판매가격은 EV3 시작가격보다 1천만 원가량 더 싸다.
 
현대차그룹에 테슬라 판매 주춤은 기회, 정의선 유럽 미국 맞춤형 공략 본격화

▲ 기아 EV3.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는 브랜드 첫 준대형 전기 SUV이자 플래그십 전기 SUV인 '아이오닉9'(가칭)을 앞세워 미국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한다.

미국에서 아이오닉9이 속한 E-SUV(준대형SUV) 세그먼트는 미국에서 연간 130만 대가 판매될 만큼 인기가 많은 차급이다.

기아가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을 전년 동기보다 2배 넘게 늘리는 데도 작년 말 현지 출시한 준대형 전기 SUV 'EV9' 판매 호조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EV9의 올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9671대로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1225대)의 약 8배에 달했다. 

아이오닉9은 작년 6월 기아가 출시한 플래그십 전기 SUV EV9과 동일한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EV9은 현재 국내에서 최고출력 201hp(마력), 최대토크 350Nm의 2륜구동(2WD) 모델과 최고출력 379hp, 최대토크 700Nm의 4륜구동(AWD)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모두 99.8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다만 아이오닉9은 기아 EV9보다 1년 가량 늦게 출시되는 만큼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가능 거리를 늘리는 등 성능 개선 작업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1월 열리는 LA오토쇼에서 최초 공개될 예정이다. 현대차 미국 판매 법인은 최근 홈페이지에 아이오닉 3열 SUV(아이오닉9)이 올해 말 첫 선을 보인다고 공지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정체기를 맞아 관련 전기차 생산과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하고 있지만, 정의선 회장은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등 전기차 설비투자와 전기차 주요 신차 출시 일정을 예정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포드는 최근 3열 전기 SUV 생산 계획을 취소하고 전기차 생산에 투입하려던 연간 자본지출 비중도 축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GM도 작년 전기픽업 생산 공장 가동 시점을 1년 이상 연기하기로 하고 올 6월엔 전기차 생산 과 판매 목표를 하향조정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