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 시민이 열을 식히기 위해 머리에 물을 붓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국이 약속한 대로 기후목표를 지켜도 이미 뜨거워진 지구 기온 때문에 폭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온열질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폭염 대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유럽집행위원회 합작연구센터와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 대학 등이 협력해 국제의료학술지 ‘란셋’에 등재한 논문을 인용해 세계 각국이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목표를 지킨다고 해도 폭염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세계 각국이 지구 평균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협의한 조약을 말한다.
연구진은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오른다면 유럽 지역 연간 폭염 사망자 수는 최대 12만9천 명이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2023년 기준 유럽 연평균 폭염 사망자는 약 4만4천 명인데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1.5도 목표를 준수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폭염과 추위로 유럽이 매년 내는 연평균 사망자는 현재 40만7천 명에서 2100년에는 45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집행위원회는 기온상승에 더해 인구 고령화가 폭염 희생자를 늘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그라시아 레온 유럽집행위원회 합작연구센터 연구원은 가디언을 통해 “기후가 뜨거워지는 동시에 노령층 인구가 늘고 있어 폭염 사망자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기온이 3도 오르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폭염 사망자 증가치의 중간값 5만5천 명 가운데 대다수는 85세 이상 고령자일 것으로 분석됐다.
▲ 20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네거리에 위치한 상황판에 기상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고령화과 기온상승이 동시에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도 유럽과 같은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1일 기준 서울에 30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1907년 한반도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한 달 이상 열대야가 지속된 사례다.
부산과 인천에서도 각각 26일, 28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질병관리청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5월20일부터 8월20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가 2994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환자가 나왔다.
22일 기준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누적 온열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4일부터 폭염 취약 사업장 현장점검과 안전보건 조치 현황 검증 등 대책 강화에 나섰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라며 “올해 여름이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대해달라”고 강조했다.
국제연구단체에서는 한국, 특히 인구 대부분이 몰린 서울은 기온상승 영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온열질환 관련 대책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IEED)는 올해 6월 서울을 기온이 급상승한 세계 20대 대도시로 분류했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기상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발생한 연간 폭염일수는 30년 동안 약 7360% 증가했다.
터커 렌즈먼 IEED 선임연구원은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 최대 대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극심한 더운 날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폭염이라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입안자들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