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카드로 알뜰폰 다시 내세운 정부, SK텔레콤과 도매대가 인하 줄다리기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이 마지막 알뜰폰 통신망 도매대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알뜰폰 통신망 도매대가 인하를 위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SK텔레콤은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의 10%대 도매대가 인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위해 다시 알뜰폰 살리기에 나선 만큼, 알뜰폰 업계가 원하는 30%대 인하 요구와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알뜰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과기정통부가 8월 말을 목표로 SK텔레콤과 알뜰폰 망 도매대가 인하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동통신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사업하기 때문에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망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매년 알뜰폰 망 도매대가를 새로 산정한다.

2023년에는 국회에서 도매제공의무제도 연장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도매대가 협상을 하지 못했다. 

또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내년부터는 정부가 아닌 알뜰폰 업체들이 직접 통신사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 같은 변화는 알뜰폰 업계가 이번에 망 도매대가를 최대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알뜰폰 업계는 망 도매대가를 30% 가까이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2년 이후 도매대가 협상을 하지 못했던 만큼, 2년만큼의 가격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다. 2022년 12월 망 도매대가 협상에서는 음성 1분당 6.85원으로 전년 대비 14.6%, 데이터가 1MB당 1.29원으로 19.8% 인하됐다.

특히 5년째 50%로 동결된 ‘11GB(11GB+일2GB) LTE’ 요금제 도매대가 인하 요구가 거세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협상이 없었던 만큼, 올해 도매대가 인하 폭이 2022년보다는 커야 한다”며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여서 이용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11GB(11GB+일2GB) LTE의 도매대가 인하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 알뜰폰 시장을 키우는 게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알뜰폰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알뜰폰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데다, SK텔레콤은 KT, LG유플러스와 비교해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가입자 확보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체들이 빌려쓰는 통신망 회선 수도 KT, LG유플러스 망이 SK텔레콤보다 많다.
 
'통신비 인하' 카드로 알뜰폰 다시 내세운 정부, SK텔레콤과 도매대가 인하 줄다리기

▲ SK텔레콤은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은 2022년과 비슷한 10%대 수준의 망 도매대가 인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정부의 알뜰폰 키우기 의지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SK텔레콤이 도매대가 협상에서 정부에게 일정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당초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제4 이동통신사 설립을 추진하고, 올해 3월에는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제4 이통사는 다시 무산됐다. 또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제도는 이통 3사의 소극적 태도에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다시 ‘알뜰폰 카드’를 만지고 있는 것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 사전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통신 시장은 사업자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자연 독점적 성격이 있어, 과점화가 다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알뜰폰 육성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경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