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어부산이 항공업 비수기인 2분기에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설적인 상황에 맞딱뜨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에어부산의 자체 경쟁력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의 의미는 적지 않지만 통합 저비용항공사 출범 측면에서 보면 골치 아픈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어서다.
 
에어부산 비수기 이익 창출 능력의 '역설', 통합 출범보다 분리매각 요구 커져

▲ 에어부산이 항공업 비수기인 2분기에 LCC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선방했지만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라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을 합쳐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부산 지역은 에어부산의 이익 창출 능력을 앞세워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에어부산은 올해 2분기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영업에 성공한 곳으로 평가된다. 

하반기 결산이 끝난 뒤 최종 집계된 저비용항공사의 2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에어부산의 영업이익이 18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기단규모와 매출에서 최대 저비용항공사로 꼽히는 제주항공은 영업손실 95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티웨이항공도 영업손실 220억 원을 거두며 적자전환했다. 유럽을 비롯한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업황 악화를 피하진 못했다. 

대한항공 산하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는 영업이익 9억 원을 내며 적자만 간신히 모면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영업이익이 94.9%나 줄어들었다.   

항공사들의 실적 부진은 비수기의 계절적 요인과 함께 각종 비용 상승이 겹친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선 공급이 빠르게 늘며 운임하락 압력이 커진 것도 실적 부진에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에어부산은 기존에도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26.1%로 진에어(22.9%), 티웨이항공(18.0%), 제주항공(14.2%) 등을 앞섰다. 

항공업황이 나빠진 2분기에 들어서 수익성 방어 능력이 더욱 돋보이게 된 셈이다. 

대형항공사까지 포함하면 에어부산의 2분기 영업이익은 대한항공(4134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에어부산의 지배회사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에 영업손실 312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에어부산의 선전은 반가운 일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추진하며 산하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거느린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쳐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결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통합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만큼 에어부산의 영업실적에 따라 통합 작업의 난이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에어부산이 이익체력을 토대로 안정적 이익 흐름을 이어간다면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출범하는 일이 그만큼 더 수월해질 수 있고 향후 저비용항공업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강화하는 데도 유리해진다.

다만 에어부산의 높은 수익성 방어 능력은 분리매각의 논거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현재 부산 정치권에서는 에어부산이 대한항공 아래 통합 저비용항공사에 편입되면 부산의 거점 항공사가 사라지게 될 것을 엄려하고 있다. 이들이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이긴 하지만 애초 시작부터 부산시와 부산 지역 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출자해 설립된 곳이다. 부산의 지역 정치권과 상공계로서는 향토기업 성격이 있는 에어부산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지가 클 수밖에 없다. 
 
에어부산 비수기 이익 창출 능력의 '역설', 통합 출범보다 분리매각 요구 커져

▲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2023년 12월 부산상의 접견실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공동으로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가운데)에게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건의하는 협조 요청문을 전달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현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대한항공과 채권자인 KDB산업은행은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찬반 양쪽의 주장이 갈리는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에어부산의 자립능력이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서 자금지원을 받고 혜택을 누려왔는데 지배회사의 도움 없이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에어부산이 어려운 시기에도 경쟁사들보다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리매각을 주장하는 쪽에 힘을 더 싣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시는 시와 시의회, 지역 상공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지역 거점항공사 존치를 위한 총괄팀(TF)’을 꾸리고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위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사회도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관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부산시민운동본부는 19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KDB산업은행, 대한항공은 부산 거점 항공사 존치를 위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즉각 이행하라”며 “에어부산은 부산 토박이 항공사이며 부산시민의 뜻과 염원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시민 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