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주면서 몸집을 줄이던 저축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속속 인상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대출 확대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미리 수신 곳간을 채워놓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곳간 채우려 12% 이자까지 내걸며 전략 선회, 금리인하 기다린다

▲ 저축은행들이 최근 수신 상품 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 상품 금리를 잇달아 높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이날 정기예금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SBI저축은행 영업점, 인터넷뱅킹, 사이다뱅크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입기간 12개월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3.9%로 높아졌다.

SBI저축은행은 이달 초 파킹통장인 ‘사이다 입출금통장’의 금리도 연 2.9%에서 연 3.2%로 0.3%포인트 올렸다. 이는 2023년 6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금리인상에 나선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살펴보면 상상인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BNK저축은행 등도 예적금 상품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회전정기예금’의 12개월 만기 기준 금리를 6월 말 연 3.80%에서 7월 말 연 3.91%로 높였다.

애큐온저축은행의 ‘3-UP 정기예금’은 12개월 만기 금리가 0.3%포인트 상향됐다. 지난달 말까지 연 3.55%를 주던 해당 상품은 이날 기준 연 3.85%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

BNK저축은행은 ‘정기예금(비대면,인터넷,모바일)’의 12개월 만기 금리를 0.2%포인트 높였다. 해당 상품 금리는 6월 말 연 3.70%였으나 이날 기준으로는 연 3.90%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새로 나왔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이달 최대 연 12% 금리를 제공하는 ‘나날이적금’을 출시했다. 100일 동안 정해진 금액을 매일 납입하는 상품으로 기본금리 연 2%에 매일 입금할 때마다 1일 1회 0.1%포인트씩 더해 최대 10%의 우대 금리를 적용한다.

이처럼 저축은행이 수신 금리 경쟁에 적극 나서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상반기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며 영업 규모를 줄였던 저축은행의 전략이 확장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신 상품은 저축은행의 대출을 위한 주요 자금 확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곳간 채우려 12% 이자까지 내걸며 전략 선회, 금리인하 기다린다

▲ SBI저축은행은 8월7일 '사이다입출금통장(파킹통장)'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다. < SBI저축은행 >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기대감을 넘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만큼 대출 확대를 대비해 자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행은 10월이나 11월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신 금리를 인상하는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하 뒤 대출 확대에 대비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각 사의 사업전략에 따라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별 확대 규모는 다르겠지만 기준금리가 내리면 대출 상품 취급 규모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예금 만기가 주로 연말에 몰려있다”며 “이에 대비하려는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법정 최고금리에 따라 대출에서 낼 수 있는 수익이 제한된 데다 주고객층인 중저신용자 차주의 연체위험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 규모를 줄였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2023년 9월 이후 올해 3월 한 달을 제외하면 매월 감소했다. 6월에는 수신 잔액이 100조8861억 원까지 줄었다. 2023년 9월 117조8504억 원과 비교하면 9개월 사이 14% 가량 감소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