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DL그룹 건설계열사 DL이앤씨와 DL건설이
박상신 대표와 강윤호 대표 체제를 완성하며 리더십 안정화에 나선다.
DL이앤씨와 DL건설은 그룹 사정에 밝은 두 대표 선임과 함께 주택사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또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DL건설은 경영관리 역량을 갖춘 강 대표 선임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왼쪽)과 강윤호 DL건설 대표이사가 그룹 건설사업 안정화에 나선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DL이앤씨는 연간 영업이익 눈높이가 점차 낮아지고 있어 경영 안정화가 절실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DL이앤씨 연결기준 영업이익 시장기대치(컨센서스)는 2928억 원이다.
시장 눈높이는 6개월 전 4824억 원, 3개월 전 4352억 원, 1개월 전 3949억 원으로 하향 조정돼 왔다. 여기에 2일 2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1천억 원가량 더 낮아진 것이다. 2분기 기존 영업이익 시장기대치 766억 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한 326억 원을 낸 영향이다.
DL이앤씨도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자체적으로 올해 실적 목표치를 내려 잡았다. 특히 연초 개선 기대감을 갖고 영업이익 목표치(5200억 원)을 지난해 실적(3307억 원)보다 크게 높여잡았지만 업황에 발목을 잡혀 다시 보수적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올해 DL이앤씨 실적 목표치 변화를 보면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8조9천억 원에서 8조6천억 원으로 소폭 내렸고 영업이익은 5200억 원에서 2900억 원으로 44.2% 낮췄다.
계열사별로 보면 DL이앤씨가 4100억 원에서 2900억 원으로, DL건설은 1100억 원에서 손익분기점(BEP)을 영업이익 목표로 수정했다.
DL이앤씨 실적 둔화는 이례적인 대표이사 교체와도 맞물려 있다.
DL이앤씨는 올해 2차례, DL건설은 3차례 수장이 바뀌었다. 전반적 업황 침체와 함께 잦은 수시인사 이뤄진 건설업계에서도 손꼽히는 횟수다.
최근 ‘올드맨’ 박 대표의 DL이앤씨 귀환과 함께 DL건설에도 DL이앤씨에서 오래 일한 강 대표가 배치돼 리더십을 안정시키고 실적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표가 DL이앤씨와 DL건설 대표를 모두 맡기로 했던 기존 방향에서 전환해 DL건설 대표에 새 인물이 선임된 것이 특징이다.
박 대표는 앞서 알려진 대로 14일 DL이앤씨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DL이앤씨 대표이사에 올랐다.
다만 7월1일 박 대표가 올랐던 DL건설 대표 자리에는 강 대표가 새로 선임됐다. 강 대표는 13일 열린 DL건설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올랐고 같은 날 이사회를 통해 대표에 선임됐다.
DL이앤씨 안팎에 따르면 완전자회사인 DL건설 역시 조직의 크기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계열사 대표가 나뉘어 있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도 DL이앤씨와 DL건설 대표는 대개 분리돼 있었다.
DL이앤씨는 별도기준 연간 매출 6조 원 안팎에 직원 수 5700여 명, DL건설은 별도기준 연간 매출 2조 원 안팎에 직원수 1800여 명 규모의 건설사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도 매년 한 자릿수 순위의 DL이앤씨와 함께 DL건설도 13위에 올라있다.
DL그룹은 박 대표가 DL이앤씨와 DL건설 대표를 겸임하기로 했을 때 올해 마무리한 100% 자회사화 이후 두 기업 사이 주택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DL이앤씨와 DL건설 수장이 나뉘었지만 이런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부문에서 DL이앤씨는 대규모 사업장 및 하이엔드 브랜드(아크로) 적용지역을, DL건설은 중·소규모 사업장을 주요 사업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e편한세상’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세부 주택사업 전략에서 소통을 통해 모회사-자회사 사이 시너지를 내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와 강 대표가 각각 DL건설과 DL이앤씨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점도 장점으로 여겨진다.
박 대표는 이미 DL건설의 전신인 삼호와 고려개발에서 모두 합쳐 20년 이상 근무했고 고려개발에서는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강 대표도 1991년 입사 뒤 대림산업에서만 일했고 건설사업부 분할 뒤 DL이앤씨에 몸을 담았다.
또 박 대표가 2018년 3월부터 2019년 10월까진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로 재직할 때 강 대표는 대림산업 인재관리실장으로 박 대표를 보좌하기도 했다.
DL이앤씨와 DL건설은 그룹에 오래 몸담은 신임 대표들의 선임과 함께 경영 안정화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DL이앤씨는 박 대표가 오랜 경력을 통해 실적 정상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19년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로 대림산업이 역대 최대인 1조130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 이때를 전후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대림산업은 국토부 시공능력평가에서 3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 순위인 3위를 유지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2년 동안 삼호 경영혁신본부장으로서 삼호가 워크아웃을 졸업하는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삼호는 2009년 1월 워크아웃에 돌입한 뒤 2016년 12월 졸업했다.
한편 DL건설은 강 대표가 리스크 관리,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리밸런싱)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주택사업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토목사업의 외형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업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기준 DL건설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1.5%다.
DL건설은 2분기 모든 주택현장의 리스크를 재점검해 예정 원가를 상향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299억 원 규모의 추가 원가 상승분이 발생했다. 2분기 영업손실 74억 원을 내며 적자를 본 주요 원인이었다.
DL건설 주택사업 수익성은 아직 나아질 만한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택사업을 포함한 DL건설 건축부문 원가율은 지난해 평균 93.8%에서 올해 상반기 94.9%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리스크 재점검에 따른 2분기 원가율(96.3%) 상승 영향이 컸지만 1분기에도 여전히 93%대(93.3%)를 기록했다.
반면 토목사업에서는 조금씩 원가율을 낮추고 있는 흐름을 보인다. DL건설 토목부문 원가율은 지난해 평균 93.7%에서 올해 상반기 92.7%를 나타냈다.
▲ DL그룹은 박 대표의 검증된 리더십, 강 대표의 경영관리 역량에 기대를 걸고 있다.
DL그룹은 “DL이앤씨 박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검증된 리더’라는 점”이라며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대표로 전진 배치해 건설업 위기를 극복하고 신사업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DL건설 강 대표는 인사 및 기획 등 경영관리 전문가”라며 “내실 다지기를 통한 체질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1962년생으로 대흥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삼호에 입사했다.
삼호에서 분양영엄담당, 개발사업총괄 등을 거쳐 2014년 경영혁신본부장을 맡았다. 2016년 9월 고려개발 대표이사(부사장)에 올랐고 2017년 8월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3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대림산업 대표이사를 지냈고 이후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장을 유지하다 2021년 진흥기업 대표로 잠시 그룹을 떠났었다.
강 대표는 1964년에 태어났다. 단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91년 대림산업에 입사했다.
2017년 7월 인재관리실장으로 임원에 오른 뒤 2021년부터 DL이앤씨 경영관리실 담당임원을 지냈다. 지난해 말 DL건설에서 인사총무담당에 올랐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