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PU 생산에 TSMC 의존 지속, 차세대 공정까지 위탁생산 활용 검토

▲ 인텔이 올해 출시하는 CPU에 TSMC 3나노 미세공정을 적용한 뒤 차세대 제품 위탁생산을 주문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텔 PC용 CPU 홍보용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에 대만 TSMC의 3나노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는 데 이어 차기 제품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분야에서 인텔이 TSMC의 기술력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수율과 생산 능력에 확신을 얻지 못 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8일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인텔은 차세대 ‘노바레이크’ 시리즈 CPU 생산에 자체 14A(1.4나노급) 공정과 TSMC 파운드리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인텔은 연내 출시를 앞둔 ‘루나레이크’와 ‘애로우레이크’ CPU 일부 위탁생산을 TSMC 3나노 미세공정에 맡겼다. 차기 제품에도 TSMC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는 셈이다.

그동안 인텔은 주력 상품인 서버와 PC용 CPU를 자체 생산해 판매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앞세워 왔는데 이러한 전략을 바꿔 외부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을 높이고 있다.

인텔이 내년 본격적 양산을 앞둔 18A(1.8나노급) 공정에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 역량을 집중하느라 자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PC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며 인텔의 CPU 성능 경쟁력 향상이 다급해진 점도 반도체 제조 기술이 가장 앞선 TSMC와 협력을 추진해야 했던 배경으로 꼽힌다.

공상시보는 “인텔은 내부 사업구조 개편에 집중하는 동안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외부 파운드리 업체와 손을 잡는 일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차기 제품에도 TSMC 파운드리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은 인텔의 반도체 생산 기술력과 역량 강화 목표가 다소 불안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인텔이 14A 공정을 도입하는 2026~2027년에도 자체 CPU 생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춰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상시보는 인텔이 14A 미세공정 기술 발전 경과를 면밀히 검토해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여러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 인텔이 자체 반도체 생산체계를 갖춰내는 동시에 TSMC와 파운드리 협력을 이어가는 ‘듀얼소싱’ 전략은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인텔 14A 공정에는 네덜란드 ASML의 신형 반도체 장비인 하이NA 극자외선(EUV) 기술이 처음으로 적용된다. 새 장비를 활용하면 반도체 성능 발전과 생산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NA 기술 도입 초반에는 수율 확보 및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이 14A 공정의 본격 도입 시기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상시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하이NA EUV 공정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을 확보하는 시기가 1나노 미세공정 도입 시점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인텔이 예상보다 오래 TSMC 파운드리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인텔 차세대 CPU 노바레이크 시리즈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구체적 사양과 양산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 계획이 변경될 여지는 충분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