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호황 끝?, 국내외 전문가 "반도체 수요 강세 더 지속"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반도체 전문가들은 AI가 촉발한 반도체 호황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표적 경기연동형 산업으로 분류되는데, 경기침체 이슈가 현실화되면 이제 막 시작한 '슈퍼사이클'(호황기)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을 벌써부터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인공지능(AI)으로 촉발된 반도체 수요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블랙 먼데이'를 맞은 지난 5일 10% 내외로 동반 폭락한 것을 두고,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미국 7월 고용지표가 악화하며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진 데다, 이란이 이스라엘 침공을 공언하는 등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할 것이란 위기감, 초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꿔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본 정부의 금리 인상에 따라 빠르게 청산될 것이란 우려 등이 섞이며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여기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은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이 기술 결함으로 양산이 3개월 가량 지연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며, 이른바 ‘반도체 겨울’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급증했다.

2021년 여름 ‘반도체 겨울’을 정확히 예측했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추천 종목에서 제외하며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에 관한 기대가 너무 높고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이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4.3%까지 치솟으면서,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2025년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또 JP모건은 내년 미 경기침체 확률을 50%로 제시하기도 했다.

메모리반도체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경기침체가 본격화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호황 끝?, 국내외 전문가 "반도체 수요 강세 더 지속"

▲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마이크로소프트>

그러나 아직 경기침체나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을 걱정할 시기는 아니라는 전문가 분석이 우세하다.

우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를 늘리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7월23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기술 분야에서 이런 전환기를 겪을 때는 ‘과잉 투자’보다 ‘과소 투자’가 훨씬 위험하다”며 “분명한 것은 AI가 우리에게 유용한 인프라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AI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구글은 올해 2분기 AI 관련 설비투자로만 132억 달러를 집행했는데, 이는 1분기 120억 달러에서 10% 증가한 수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올해 상반기 AI 관련 설비투자 규모는 330억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78%나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급증하는 AI용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따라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는 1천억 달러의 AI 투자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투자 대부분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위한 토지 매수와 데이터센터 건설,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과 실행을 위한 반도체 구매에 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 리서치기업 모닝스타의 연구원 마이클 호델은 “지금 기업들의 AI 투자는 2000년 대 초반의 닷컴 버블과 자연스럽게 비교된다”며 “다만 당시와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재의 빅테크는 엄청난 수익성을 가진 기존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자체가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침체 판단 도구인 '삼의 법칙'을 고안한 클로디아 삼 전 연방준비위원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우리가 침체로 접어들었다고 걱정하지 않는다”며, 최근의 미 실업률 상승을 경기침체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삼의 법칙은 3개월 이동 평균 실업률이 1년 내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상승할 경우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이라는 이론이다.

일시적 경기 변동이 AI와 반도체 산업의 거대한 흐름을 꺾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AI 서비스가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 생활 속에도 스며드는 큰 변화의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변동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AI가 촉진한 반도체 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