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수익성 경고등, 박윤기 해법은 제로탄산음료와 해외 비중 높이기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하반기 내수 시장 실적을 얼마나 빨리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올해 수익성 개선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2년 연속 수익성 후퇴'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박 대표가 느낄 위기감도 클 수밖에 없는데 롯데칠성음료가 가진 가장 큰 무기인 제로탄산음료로 내수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면서 수익성 반등의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시장에서도 종속회사인 '필리핀펩시'의 경영 효율화를 통해 영업이익 개선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1일 롯데칠성음료 실적자료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97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감소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2021년 상반기 영업이익 779억 원을 거둬들인 뒤 2022년과 2023년에는 2년 연속으로 상반기 영업이익 1천억 원을 넘었다.

올해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박 대표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모양새다.

박 대표가 롯데칠성음료 수장에 오른 2020년 12월 이후 롯데칠성음료 실적은 2022년까지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2023년에는 매출만 성장세를 이어갔을 뿐 영업이익은 하락 반전했다.

올해 흐름도 좋은 편이 아니다.

롯데칠성음료의 1분기와 상반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각각 38.0%, 상반기 영업이익이 18.1% 줄었다. 롯데칠성음료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일부 증권사는 롯데칠성음료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며 목표주가를 내리기도 했다.

박 대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내수 사업에서 제로탄산음료 제품군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음료부문 내수 시장 매출을 보면 그동안 롯데칠성음료 실적이 성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탄산음료와 커피, 생수 등 매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최근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탄산음료 매출이 꺾인 점이 눈에 띈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탄산음료 매출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성장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0.9% 후퇴했다.

그동안 롯데칠성음료는 제로탄산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제로탄산에 더 힘을 싣겠다는 전략을 여러 차례 밝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탄산음료 매출이 감소한 것은 날씨 영향이 크다”며 “6월부터 장마가 시작되면서 소비자들의 야외활동이 줄었고 탄산음료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로탄산 시장은 오히려 계속 커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날씨 등 외부 상황이 안정화되고 가격 인상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면 매출은 다시 올라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도 롯데칠성음료의 수익성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분기 실적자료에서 필리핀, 파키스탄, 미얀마 등에서의 성과를 소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해외 시장에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해외 시장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상반기보다 파키스탄은 2.0%, 미얀마는 48.7%, 필리핀은 355.7% 증가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미얀마와 파키스탄에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각 나라별 상반기 영업이익 규모는 필리핀 44억 원, 파키스탄 67억 원, 미얀마 81억 원으로 아직 크지 않다. 상반기 롯데칠성음료 영업이익 가운데 19.8%밖에 되지 않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을 30% 후반까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특히 필리핀펩시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경영 효율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수익성 경고등, 박윤기 해법은 제로탄산음료와 해외 비중 높이기

▲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8.0%, 상반기 영업이익이  18.1% 빠졌지만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는 여전히 수익성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에서 소주와 맥주 중심의 외형 성장은 이뤄졌지만 그밖에 청주와 와인, 스피리츠 제품군의 매출이 뒷걸음질했다는 점도 박 대표가 보완해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상반기 롯데칠성음료의 청주와 와인, 스피리츠 매출은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2.4%, 5.6%, 19.6% 후퇴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주류는 1월1일부터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에 가격 인상 효과가 2분기에 온전히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음료 가격은 6월1일부터 올렸기 때문에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본다”며 “3분기부터는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더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내부에서는 현재의 경영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롯데칠성음료는 매분기 실적자료에 포함했던 경영전략이나 사업전략 등을 이번 2분기 실적자료에서는 뺐다. 롯데칠성음료가 실적자료에서 경영전략 등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박 대표가 취임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표 체제에서 롯데칠성음료는 매분기 실적자료마다 가깝게는 다음 분기, 멀게는 다음해까지 신제품 라인업과 경영계획을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는 시장 상황 등에 변화가 있으면 경영계획(가이던스)을 조정해 실적자료에 공개해 왔다”며 “내부적으로 경영계획에 대한 수정이 없는 만큼 올해에는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전략과 경영계획 등이 달라진 점이 없어서 넣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신 해외 시장 성과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1분기 실적자료에서 올해 경영계획으로 영업이익 2500억 원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보다 18.7% 증가하는 수치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97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만 영업이익 1530억 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