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이 인력 및 조직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 실적이 크게 좋아졌지만 앞으로 구조조정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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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사업가형 영업본부장' 제도의 도입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사업가형 영업본부장 제도는 각 영업지점장들을 계약직 형태로 전환하고 실적에 따라 평가해 성과급 등을 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정규직 수를 줄일 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인력 구조조정의 사전작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점장이 계약직으로 전환될 경우 퇴직금 등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지역별 매출 차이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일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기보다 지점장들에게 개별적으로 신청을 받아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메리츠종금증권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보였던 특유의 구조조정 역량을 메리츠화재에서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 1년여 만에 인력 20%를 감축하고 '대형 점포전략' 도입해 점포 통폐합해 사업비를 절감했다. 대형 점포전략에 따라 메리츠화재 지역본부 12곳 모두와 영업지점 119곳이 사라졌다.
김 사장은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사업비로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 비중을 늘리고 수익성이 좋은 장기 보장성 보험에 집중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손해율과 수익성 등 경영지표를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8% 늘었다. 9월 손해율은 80.2%로 지난해 9월보다 4.8%포인트 낮아졌다.
보험료 수입에서 인건비와 모집 수수료 등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사업비율은 9월 말 기준으로 19.5%로 지난해보다 1.4%포인트 줄었다. 7월 희망퇴직에 따른 고정비 절감과 최근 전속설계사 비중을 늘리면서 독립보험대리점(GA)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보장성보험 신계약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준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화재는 4분기에도 손해율이 개선되는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9월 말 독립보험대리점과 영업채널과 관련해 협상이 타결되면서 10월부터 신계약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메리츠화재가 구조조정과 영업채널 변경이 다소 빠르게 이뤄져 당분간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및 전속채널을 강화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 국면이 최근 해소되긴 했으나 영업력 회복과 사업비 절감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점포 전략에 따라 본사와 영업지점 사이를 잇는 일종의 의사전달기구 역할을 하던 지역본부가 대거 사라진 데다 현장의 영업채널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조직내부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9월 말 기준으로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4.5%로 지난해 9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보장성보험 신계약은 8월보다 3.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씩 줄어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최근 진행된 일련의 구조조정은 본사와 현장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고 영업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며 “전속설계사 강화 등 조직의 재정비는 모두 끝나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