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리어케어 사장 이영미 “외국인 임원 영입, 명확한 소통이 중요”

▲ 이영미 커리어케어 사장이 기업들의 외국인 인재 채용과 관련해 중요한 조건들을 설명하고 있다. <커리어케어>

[비즈니스포스트] "이제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외국인 인재 영입이 낯설지 않다.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려는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영미 커리어케어 사장은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경쟁력 있는 외국인 핵심인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 사장과 만나 기업들이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 외국인 인재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이 유념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이 사장은 현재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에서 글로벌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 조직을 이끌고 있다.

- 어떤 기업에서 외국인 인재를 영입하나.

“산업 분야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해외시장을 타겟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거나 진출을 염두에 둔 대기업이다. 이들은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임원급 외국인 인재를 영입해서 해외시장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어 한다. 이 밖에도 리스크 관리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할 목적으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 외국인 인재라면 실리콘밸리 출신의 IT 전문가를 생각하면 되나.

“꼭 그렇지는 않다. 수출 국가답게 많은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외국인 인재가 필요한 분야도 다양하다. IT 뿐만 아니라 R&D, 마케팅, 영업, 투자,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임원이나 핵심인재급 외국인을 찾고 있다.”

- 해외에 있는 인재를 찾는데 어려움은 없나.

“헤드헌팅 과정 자체는 내국인 인재를 찾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외국인 인재는 원하는 방향이 명확한 편이라 특정 기업이나 분야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지 확인한 뒤 내부에 구축해 놓은 인재DB와 네트워크, SNS 등을 활용해 소통하고 설득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강해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 경계심이 강한 이유는.

“국내 기업들의 물망에 오를 정도의 인재라면 이미 여러 기업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두리뭉실한 제안에는 답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어떤 기업이 어떤 포지션으로 영입하길 원하고 있고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해 줘야 반응을 보인다. 또한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국내로 이주를 하려면 걸림돌이 많아 설득과 정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외국인 인재를 설득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R&R(역할과 책임)이다. 기업이 원하는 역할은 무엇이며 자신의 역량이 그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이 결정이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철저히 따진다. 외국으로 이주하는 결정을 해야 하고, 또 쉽게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충분히 성과를 낼 자신이 있을 때 움직인다. 따라서 헤드헌터는 기업이 기대하는 역할과 성과는 물론이고 기업이 어떤 지원을 어떻게 해줄지 자세히 설명해줘야 한다.”

- 외국인 인재에게 국내 기업은 매력적인가.

“외국인 후보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직하려는 곳이 어느 나라의 기업인지보다 그 기업의 비전이 무엇이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지가 더 중요하다. 특히 한국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영향력도 세져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이제는 한국에 거점을 두고 있는 잠재력 높은 글로벌 기업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 연봉이나 거주 문제 등 처우 협상에 어려움이 많겠다.

“협상이 그리 쉽지는 않다. 기업들도 후보자를 영입하기 위해 가능한 한 요구조건을 맞춰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후보자들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결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외국인 인재는 내국인과 달리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는 편이다. 보통 처우를 협의할 때 기업이 먼저 조건을 제시하고 후보자가 수정보완 요청을 하게 되는데, 외국인 인재는 처음부터 원하는 연봉 수준, 거주 지역, 자녀의 교육환경까지 먼저 얘기한다. 휴가 일수도 매우 민감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영입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헤드헌터가 중재역할을 잘 해야 한다.”

- 외국인 인재가 국내에 정착하고 적응하는데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앞서 R&R에 대해 얘기했지만 업무 범위와 역할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이 부분이 맞지 않아 서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어떤 역할을 맡길지 그림만 그려놓고 제대로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영입해 놓고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외국인들은 처음에 합의한 것과 역할이 달라지면 굉장히 힘들어한다. 문화적인 이해나 소통방식도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영입 과정에서 가급적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 외국인 인재 영입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기업과 인재 모두 큰 결심과 비용이 드는 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외국인 인재를 어떻게 활용할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사전에 계획을 잘 세운 뒤 후보자에게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한국에 들어오면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떻게 지원해 줄지도 사전에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후보자가 오자마자 바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갖추면 기대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