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7-30 16: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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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으로 한정되어 있는 이커머스 사업 구조 속에서 계속적으로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스케일 업’하고 확장해 갈 수 없다는 것이 저희 판단이었습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의 책임자로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이번 사태가 의도된 사기라는 비판에 항변하며 이렇게 말했다.
▲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사진 가장 왼쪽)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구 대표는 여야 의원들의 쏟아진 질타에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먼저 사과했다.
그러나 구체적 자금의 흐름을 묻는 질의에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한데다 일부 의원들의 질의에는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발언을 하면서 빈축을 샀다.
여야 의원들은 구 대표의 행태를 일종의 ‘사기’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데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나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사건의 정확한 조사와 자금추적,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촉구했다.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구 대표가 자신의 사재를 동원해서라도 피해자들의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긴급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 대표를 향해 “본인의 주식을 팔거나 또는 담보를 동원해서 수습하겠다고 한 지 몇 시간 지나 가지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사태 수습에 노력을 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 건지 대단히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구 대표가 기업회생신청을 한 행태를 ‘시간끌기’라며 ‘폰지’사기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 대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며 "우리나라 이커머스 기업들 모두가 에스크로(구매자와 판매자의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는 결제서비스) 형태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큐텐그룹이 자금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위시플러스 등의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야 할 자금을 기업인수 등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구 대표는 “제가 알기로는 지금 현재 회사의 자본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것은 제가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희가 티몬을 인수했을 때부터 구조적으로 누적돼 있었다”고 했을 뿐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는 못했다.
신 의원이 질의 끝부분에 구 대표에게 사과할 기회를 드리겠다고 하자 구 대표는 앉은 상태에서 고개를 숙였다. 신 의원이 “사과를 하실 때에는 일어서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자 다시 일어서서 허리를 숙였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구 대표가 보여온 경영 행태를 고려했을 때 이번 사태는 고의적 부도를 의심할 만 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긴급회생은 미정산 대금 채무상환이 중단되는 프로세스를 밟게 돼있다”며 “자금사정을 충분히 인지해 왔으면서도 거래를 계속해 왔던 것은 의도된 사기고 굉장히 비열한 기업인이라고밖에 판단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구 대표는 김 의원의 질타에도 “비즈니스가 중단된다면 저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저를 조금만 도와주시면 피해를 완전히 복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심각한 상황과 동떨어진 인식을 나타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티몬·위메프 부채가 자본 대비 5.5배인데 회생 가능성이 있나”며 “전자상거래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핵심인데 누가 티몬·위메프를 다시 이용하겠나”라고 꼬집었다.
▲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인터파크에서 결재한 내역을 띄운 뒤 질의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무위 회의가 열리기 전 직접 인터파크에서 3만1400원 결재를 한 내역을 화면에 띄운 뒤 큐텐그룹은 아직도 돈을 벌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제가 PG(결제대행)사나 판매자들에게 얻은 정보에 의하면 판매대금 몇천 억 원이 있을탠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하자 구 대표는 “수수료를 빼고 판매자들한테 준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그런데 판매자들이 못 받았지 않나, 그럼 그 돈은 어딘가 있을 거 아닌가”라고 재차 추궁하자 구 대표는 “프로모션 비용이고 그 부분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커머스 기업 대표가 자금이 어디 갔는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며 “말 같은 소리를 하셔야죠”라고 호통을 쳤다.
김 의원의 질의를 본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아직도 결재가 되냐”고 확인한 뒤 이복현 금감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관계자들에게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챙길 것을 당부했다.
구 대표는 김 의원의 질의를 들은 뒤에도 “일관되게 얘기하고 싶은 건 이 문제는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십수년간 누적돼온 경영방식이 있었는데 최근에 경쟁이 격화되면서 사태가 발생했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키워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으로부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큐텐그룹 자금추적이 최우선이라는 윤한홍 위원장의 지적에 강도 높은 자금 추적을 펼치고 있음을 내비쳤다.
▲ 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과 구영배 쿠텐그룹 대표가 의원 질의를 듣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이 원장은 “현재 자금 추적 중이고 최근 금감원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행동을 봤을 때에는 ‘양치기소년’ 같은 행태가 있어서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며 “구체적 시기까지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검찰에 관련자들 등에 대한 수사의뢰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피해자 지원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판매자들에게 대출 등의 지원을 하기 보다는 큐텐그룹의 자금을 최대한 찾아내 미정산 금액을 갚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판매자들, 소상공인이나 중소업자들에 대한 지원책으로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를 했는데 그건 결국 대출이나 보증을 서는 거고 판매자들이 갚아야 되는 내용이어서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며 “큐텐 측의 가용 자금이라든가 혹여 외부로 유용된 자금이 있는지 여부, 내지는 그 규모 등을 파악해 책임재산을 확보하는 게 먼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