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전문의약품 라인업 강화에 진심, 최성원 '물장수' 오명 벗는다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백신에 이어 희귀의약품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제약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본업인 제약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백신 판매와 함께 희귀질환 치료제를 도입하는 등 전문의약품 라인업을 강화해 식음료로만 전체 매출 절반 정도를 내는 사업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전략이다.
 
21일 광동제약에 따르면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세계적 제약사 키에시와 최근 계약까지 포함해 1년 만에 7종으로 희귀의약품 제품군을 확대했다.

광동제약은 키에시와 2023년 7월 희귀의약품 3종을 처음 도입한 이후 7월 4종을 추가하면서 제품군을 늘렸다. 지난해 도입한 3종의 경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희귀의약품뿐 아니라 백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훨씬 높다.

광동제약이 올해 1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백신은 세계적 제약사 MSD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인 '가다실·가다실9'이다. 해당 백신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천억 원에 이른다.

가다실9은 현재 국내에서 남아와 관련한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할지 여부가 논의되고 있어 상업성이 커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광동제약은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동맹 관계도 공고히 하고 있다.

광동제약이 GSK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품목만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릭스’ △수막구균 백신 ‘멘비오’ △백일해 백신(Tdap 백신) ‘부스트릭스’ △폐렴구균 백신 ‘신플로릭스’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아바미스’ △백일해 백신(DTaP 백신) ‘인판릭스’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 ‘프리오릭스’ △A형 간염 백신 ‘하브릭스’ 등 9종에 이른다.

싱그릭스는 대상포진 백신 가운데 1위에 오르며 출시 1년 만에 1위에 올라서는 성과도 냈다.

광동제약이 제약사업 전반에 힘을 주면서 식음료 매출 비중이 앞으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광동제약은 지금껏 식음료 매출 비중이 높은 탓에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1년 동안 낸 광동제약 관련 리포트가 단 1개에 그칠 정도다.

광동제약 오너2세인 최성원 회장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광동제약이 제약사업의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전략을 보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2013년 광동제약 설립자이자 아버지인 최수부 전 회장이 타계하자 부회장에 오른 뒤 2023년 12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광동제약이 제약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주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로 파악된다.
 
광동제약 전문의약품 라인업 강화에 진심, 최성원 '물장수' 오명 벗는다

▲ 광동제약 본사 전경.


물론 이전까지는 사업다각화에 초점을 맞춰 식음료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제 식음료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거두고 있는 만큼 다시 제약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9171억 원을 냈다. 이 가운데 삼다수와 비타500이 차지한 매출 비중이 46.7%다. 사실상 식음료가 절반가량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인데 이에 '물장수'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쉽지 않았다.

광동제약이 신약 개발에 투자를 여전히 적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약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에서 매출 1조 원이 넘는 제약사들은 2023년 평균 매출의 10%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한다. 광동제약의 연구개발비 지출 비중은 2.2%였다.

2022년 연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6%였던 것과 비교하면 0.6%포인트 확대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광동제약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규모를 보이고 있는 녹십자나 한미약품이 연간 매출 대비 12% 안팎의 비중을 투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광동제약이 헬스케어 관련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과연 본업인 신약 개발에 얼마나 투자를 할 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