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차세대 수소 산업 전시회에 전시된 수소 탱크.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의 중심국가 독일에서 향후 10년 내로 그린수소 수요가 급격하게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독일은 자국 내에서 그린수소를 조달할 수 있는 역량이 실질적으로 부족해 다른 EU 회원국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최근 회원국의 수소산업 육성에 나섰는데 지원사업 대상 선정 방식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독일 에너지 싱크탱크 아고라-에네르기벤데 보고서를 인용해 2030년대 중반까지 독일이 그린수소에서 얻는 전력량이 약 95~130테라와트시(TWh)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자국 국내에서 사용하는 수소 기반 에너지원 전체를 그린수소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생산해 탄소 배출량이 0에 가까운 수소를 말한다.
아고라-에네르기벤데는 독일 정부가 세운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2030년대에 들어 매년 약 100테라와트시 규모의 전력 생산이 가능한 분량의 그린수소를 수입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2030년 기준 독일 국내 그린수소 생산역량을 예측한 결과 약 11테라와트시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100테라와트시면 2035년 기준 독일 전체 예상 전력 수요 894테라와트시의 약 11.2%를 차지한다.
사이먼 뮐러 아고라-에네르기벤데 디렉터는 로이터에 “기후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독일은 안전하고 비용효율적인 친환경 수소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유럽 회원국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올해 역내 친환경 수소 생산역량 확보를 위한 '유럽 수소 은행'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유럽연합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EU 내에 1천만 톤 규모 그린수소 생산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4월에는 계획의 첫 단계로 7억2천만 달러(약 1조 원) 규모 그린수소 사업 공개입찰을 진행했고 7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문제는 선정된 7개 사업 가운데 5개 사업을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가져가 회원국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큰 불만의 목소리를 낸 것은 폴란드였다.
▲ 크지쉬토프 볼레스타 폴란드 기후차관(오른쪽). <폴란드 정부> |
크지쉬토프 볼레스타 폴란드 기후차관은 4일(현지시각)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페인한테도 졌고, 포르투갈한테도 졌다"며 "왜냐하면 그 국가들이 우리보다 수소 생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확보에 더 유리한 지형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소 은행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높은 일조량에 기반을 둔 태양광 발전량과 재생에너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독일이나 폴란드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볼레스타 기후차관은 "우리는 유럽집행위원회에 회원국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각 국가별로 공평하게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현재 유럽연합 내에서 가장 큰 수소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폴란드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럽 전체 수소 생산량 750만 톤 가운데 약 13%에 해당하는 130만 톤을 폴란드가 생산했다.
바르샤바 비즈니스 저널 등 폴란드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볼레스타 기후차관은 자국 내에 대형 수소 스테이션 11개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3~4개는 협의 절차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체코, 슬로바키아, 프랑스 등 이번 그린수소 사업 공개입찰 경쟁에서 사업권을 따내지 못한 다른 국가들도 볼레스타 차관 발언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우리는 이번 수소 사업권 선도 프로그램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내년에 진행되는 유치 경쟁이 보다 공평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호 기자